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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Fiac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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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Fiac 리뷰

w. Hyejun JO 조혜준

10월 17일 부터 20일까지 4일간 파리의 그랑팔레 (Grand-Palais) 에서 제 46회 Fiac (Foire international d’art contemporain) 이 개최되었다. 29개의 나라, 197개의 갤러리들이 참가한 Fiac은 스위스의 Art Basel, 런던의 Frieze Art Fair 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아트 페어 중 하나이다. 아트 페어는 특정한 주제가 없지만 상어의 사진을 이용한 광고는 먹이를 맹렬히 추격하는 상어처럼 현대미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았다.

(fig.1) 2019 Fiac 홍보 포스터

(fig.2) 2019 Fiac 그랑팔레 전경

현대미술 아트 페어답게 모던,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으며, 19세기 후반의 작품들부터 올해에 제작된 작품들까지 한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매해 꾸준하게 약 75000명이 넘는 컬렉터,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아티스트, 각 예술 기관의 전문가와 현대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많은 수의 방문객에도 불구하고 Fiac 참가는 갤러리의 입장에서 생각만큼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갤러리의 이름을 알리고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홍보하는 좋은 기회인것은 분명하지만, 스탠드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적게는 12,000유로 (약 1500만원)에서 많게는 55,000유로 (약 7000만원)에 육박하는 부스비, 또한 부가적인 작품 설치, 운송비용, 보험 비용 등을 고려해보았을 때 만약 한점의 작품도 팔지 못한다면 갤러리 입장에서는 많은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자리 없이 들어선 갤러리들을 보면 아트 페어의 참가는 분명히 손해보다 이익이 큰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미술 시장에서 <홍보> 를 통한 <인지도> 의 확립은 아주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갤러리들이 마케팅 비용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술 시장, 특히 현대미술과 관련된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현대미술에 대한 어떠한 명확한 기준과 근거 즉, 미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19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아카데미에서 확립한 작품에서의 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었고 이 기준들은 작품의 심미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다. 1991년 Harrisson 과 Cyntia White 두 명의 사회학자와 미술사 학자가 정리한 19세기의 아름다움의 기준들에 따르면 고전적인 주제 혹은 기독교적인 주제를 그리거나, 사람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고전주의에서 착안한 귀족적인 제스처 등을 그려낸 작품이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받아들여졌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에 의해 합의된 기준에 따라 좋은 작품은 무엇이다 하고 쉽게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그림의 가격이 정해졌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작가들은 예술에서의 무한한 자유를 추구했고 그 속에서 개인의 주관적 생각,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들을 제작하게 된다. 이렇게 더 이상 작품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이 없어진 현대미술에서는 그 인지도가 시장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인지도의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작가의 유명세, 갤러리의 유명세, 혹은 갤러리스트의 이름과 같은 것들이 있다.

(fig.3) Fiac 2019 그랑팔레 내부전경

이번 2019 Fiac에서는 mega 갤러리들의 아트페어에 대한 뜻밖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Pace gallery, Gagosian Gallery, White cube 와 같은 대형 갤러리들은 어떠한 모험도 감수하지 않겠다는 듯이 피카소, 피카비아, 자코메티, 칼더, 페르낭 레제르 같은 모던 미술의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이미 현대미술 시장에서 높은 작품값을 형성하고 있는 라우센버그, 데미안 허스트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결코 이 작품들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미술 아트페어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간 사람들에게 근대미술의 대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은 마냥 기쁜 일 만은 아닐 것이다.

(fig.4) 데미안 허스트, Realm, 2019, Pace Gallery

(fig.5) (좌) 페르낭 레제, La grappe de raisin, 1932

(우) 파블로 피카소, Nus au char, 1967

Gagosian gallery

현대미술에 대한 mega 갤러리들의 소극적 태도는 나에겐 정말 뜻밖의 상황이었다.

나는 Fiac과 같은 국제적 행사가 갤러리의 신진작가들의 인지도를 올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이는 논리적으로 당연한 것이었다. 국제적 아트 페어를 통해서 기존의 유명세와 파워를 가진 대형 갤러리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신진작가들을 홍보할 수 있고, 미술 시장의 새로운 바람은 나아가 시장 전체의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전혀 상반된 대형 갤러리들의 아트 페어 참가 태도와 작품 선정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새로운 트렌드도 만들 수 있는 입장의 갤러리들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안정성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해 한편으로 씁쓸했다.

현대미술에 대한 mega 갤러리의 소극적 태도에 반대되는, 그렇다면 새로움 작품들을 과감히 소개하는 갤러리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랑팔레의 이층으로 향하자. 처음 Fiac에 참가하거나 떠오르는 신예 갤러리, 동시대의 젊은 작가들을 선보인 갤러리들이 많았다.

(fig.6) Julien Creuzet

시카고의 DOCUMENT 갤러리에서 솔로 전시로 선보인 Julien Creuzet는 1986년 파리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프리카의 교차점이 되는 마티니크에서 지내며 유럽, 아프리카의 혼합된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그의 작업들을 식민주의 이후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작가의 작품은 <혼합>이라는 주된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글을 혼합하거나, 여러 재료를 섞어 쓰거나 다양한 역사의 내용이 한데 담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초 Palais de Tokyo에서 전시를 하였고 2018 광주 비엔날레에도 소개된 만큼 앞으로 유럽과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주목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fig.7) Neïl Beloufa

LA의 François Ghebaly 갤러리에서 소개한 1985년생의 젊은 프랑스-알제리 태생의 작가이다. 원래 비디오 설치작품으로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뉴욕의 MOMA와 프랑스의 MNAM (퐁피두 미술관)에서 그의 비디오 설치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2019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였다. 작가의 주된 작품들이 비디오 설치임에 따라 미술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실제로 컬럭테들은 갈수록 아트 페어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 크기가 너무 크거나, 전기를 필요로 하거나 해서 컬렉터의 입장에서 소장하고 관리하기 번거로워 구매를 주저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역시나 아트 페어에 맞는 작품을 잘 선택해 선보였다.

앞선 작품들을 보아서도 알 수 있지만 지금 현대미술의 추세는 <예술가=공예가> 라고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캔버스만 사용하는 작가가 드물었을뿐더러 다양한 조합의 재료들로 마치 공예를 하듯 작업을 하는 작품이 많았다. 갤러리들이 그저 벽에 캔버스를 걸기만 하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디렉터인 Jennifer Flay에 따르면 75퍼센트의 현대 미술 작품들이 아트페어만을 위해 제작된다고 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아트 페어 기간에 맞춘 작품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은 현대 미술 작가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가 된 것이다.

(fig.8) Théo Mercier

영국의 Mor charpentier 갤러리에서 소개한 Théo Mercier의 작품이다. 작은 힘도 보태면 못 이길 것이 없다던가. 굳건히 바위의 무게를 견디는 계란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성의 재료들의 조화가 시선을 끌었다. 실제로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작품에 있어서 시선과 시간과 거리에 대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오랜 시간 조각작품을 응시할까요 ? 그렇다면 얼마큼의 거리에서 일까요? » 작가는 그 해답을 잘 찾은 것 같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요리조리 이 작품을 감상했고, 시선을 사로잡는 두 조합에 꽤나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사실 서로 다른 물체의 성질을 대비 시켜 놓는 방법은 모노하 미술 운동의 주된 이념 중 하나이고 모노하의 대표적인 이작가인 이우환 역시 돌과 종이 같은 서로 상반되는 성질의 물체를 자주 배치시킨 작업을 했다. 작가가 모노하에서 영감을 받았을진 모르겠지만, 파리와 멕시코를 오가며 작업하는 84년 생의 젊은 프랑스 태생 작가의 작품에서 어딘지 모를 익숙함과 정감이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이번 Fiac은 메가 갤러리와 신흥 갤러리들의 반대되는 태도와 트렌드를 잘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Fiac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만났던 한 소규모 아시아 갤러리스트에게 어떻게 아티스트를 고르냐고 한 질문에 « 자신의 갤러리는 처음부터 작가를 발굴해 키울 만큼의 여력이 되지 않아 막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작업을 왕성하게 하는 작가들을 고르려고 한다 »는 대답을 듣고, 그렇다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은 대형갤러리에서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전혀 다른 생각이었다는 것을 이번 파리 현대미술 아트 페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아트페어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신흥 컬렉터들의 출현이었다. 갤러리스트인 Niklas Svennung은 한 번도 이렇게 많은 수의 아시아 컬렉터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떠오르는 미술 시장인 아시아의 컬렉터들의 영향력을 유럽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올해와 다른 어떤 작품들이 선보여 질지, 어떤 다른 트렌드를 볼 수 있을지 또 Brexit가 이루어진 이후라면 어떤 영향이 Fiac에 미칠지 미리 한번 예측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지 출처

https://www.artsy.net/show/white-cube-white-cube-at-fiac-2019

https://www.connaissancedesarts.com/art-contemporain/fiac-et-art-elysees-2019-un-excellent-cru-11127436/

https://rove.me/to/paris/foire-internationale-dart-contemporain

참고자료

Théo Mercier 인터뷰

https://www.franceculture.fr/emissions/par-les-temps-qui-courent/philip-glass

Moureau, Natalie, Le marché de l’art contemporain, la découverte, 2016, p. 127.

Le Quotidien de l’art, édition spéciale 18.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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