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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 Danielle Yeon-Jeong

15분 5화, 서정으로의 도피, Antoine Watteau


서정으로의 도피

GO Danielle Yeon-Jeong

Jean Antoine Watteau, Pèlerinage à l'île de Cythère, 1717, huile sur toile, 129x194cm, Musée du Louvre, Paris, France.

나무 향이 머문 바람이 천천히 불어오는 섬이다. 젊은 남녀들은 그 곳에서 자신들이 돌아갈 곳도 잊어버리고 상대에게 취한 듯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완벽한 색의 하늘에서 휘적거리며 날아다니던 천사들. 그러나 이 많은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천사들을 보는 이는 없었다. 이토록 완벽한 행복인데, 슬픔은 낮게 깔려 있다.

Pèlerinage à l'île de Cythère, Détail.

오른편에 사람들의 시선이 먼저 닿았다. 뤽상뷔르그 공원에서 였던가, 그 곳이 아니더라도 파리 어딘 가에서 봤던 아프로디테 조각상을 스치듯 지나, 비단 옷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걸터앉아 있는 한 쌍의 남녀는 가까이 밀착해 있다. 아무렇 게나 앉았을 텐 데도, 모순적일 만큼 옷주름은 아름답게 접혀 있다. 남자가 유혹하듯 여자의 손을 잡았고, 여자는 그의 머리에 기댈 듯 말듯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 만난지 얼마 안된 모양이다. 그의 옆에서 여자 한 명이 넘어졌는데, 전혀 안보이는 모양이니 말이다. 넘어진 여자의 상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고 있을 때, 그 앞에 있던 여자는 소란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넘어진 여자를 보는 듯하다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을 이들에게서 멈췄다. 그녀의 상대가 이제 내려가자 허리를 잡아 이끄는 데, 그녀는 고개를 돌릴 줄을 모르는 듯 보인다.

그 언덕배기 밑에서는 그들과 비슷한 남녀가 꼭 짝을 이루어 노닐고 있다. 루이 14세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샤를 르 브룅은 이 장면을 페뜨 갈랑트라 불렀다. 우아한 향연, 실로 그랬다. 그 누구의 옷자락 하나 -심지어 넘어진 이의 것 마저- 흐트러짐 없이 형형색색의 비단을 자랑하고 있었고, 아름다운 강과 나무, 그리고 대리석 아프로디테의 조각상 마저 모자라, 이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기 천사들까지 그려 놓았으니까.

부르주아지들은 손에 돈을 쥐고, 어디로 눈을 돌려야 자신들이 가진 교양을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내 보일 수 있는지 생각했다. 그런 부르주아지들 옆에 섰던 진보적 -그게 그들을 스스로 내보일 가장 평화로운 단어였다.- 귀족들은 이 화려한 그림을 자신들의 집에, 별장에 앞다투어 걸어 댔다. 18세기의 파리는 그랬다. 눈 앞에 걸린 그림에서 빛이 나오는 건 아닐까, 그런 착각이 일 정도로 화사한 그림들이다.

Nicolas Poussin, Paysage avec Orphée et Eurydice, c. 1650, huile sur toile, 124x200cm, Musée du Louvre, Paris, France.

뿌생의 영웅적 서사시를 찬양하던 이들은 그 그림을 외면했다. 17세기 궁정예술이 추구하던 웅대함, 고고함은 뿌생과 루벤스의 화풍으로, 감히 테피스트리에나 있을 법한 목가적 향연을 그린 이 경박한 그림에는, 정치적 메시지는 없고, 역사에서 오는 반성도 없고, 신앙을 독촉하는 눈빛도 없었다.

실제 연애생활에서 부딪히는 갈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 따온 이 그림을 세속화라 불렀지만, 거기에 세상의 이야기는 없었으며, 그 이전에 모든 정치적 상징을 제외한 에로틱한 전원시에는 존재했었던 이른바, 속된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전원의 일상을 닮지도 않았다. 그 세속화는, 갈등의 중심에 있던 이들에게도, 일상에 있던 이들에게도 가식의 그림이었다.

그 전에 전쟁이 있었다. 전쟁에 지친 사람들은 머리 아픈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철저하게 궁정을 벗어날 수 있을까 ? 조용한 교외의 작은 집에서 생활하는 목동들이야 이런 전쟁이야기를 하며 다음날을 걱정하진 않겠지. 그들은 상상했다. 평화로움만이 가득한 곳은 너무 지루하다. 그렇다고 목동 마냥 진흙탕에 들어가 옷을 더럽히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 만의 규칙을 정하고, 그들 만의 '아름다운' 장소에서 떠나지 말자. 그게 갈랑뜨리의 시대였다. 남자는 언제나 섬세한 태도로 연약한 여자들을 대해야 한다. 행동은 항상 우아해야 하며, 그러려면, 여자들은 항상 연약한 포즈로 머물어야 했다. 가식이라 조롱 섞인 말을 들으면서도 와또는 그런 경박스러운 장면들을 그려 나갈 수 밖에 없었다.

Giorgione, La tempête, c. 1505, huile sur toile, 82x73cm, Venise, Italie.

그의 목가적 풍경에는 지오르지오네의 무거운 평화로움이 있었고, 배경 구성에는 푸생의 전통적인 규칙이 있었으며, 섬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단 하나의 포즈를 위한 수많은 소묘가 있었다. 정작 그의 회화적 목표와, 결핵으로 잠식된 일상은 이렇게 화려한 세속화라는 모순으로 도피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도피는 실패했다.

Antoine Watteau, Seated Woman Looking Down, c. 1720/1721, red and black chalk with stumping on laid paper, with later framing line in brown ink, 21x14.7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USA.

Antoine Watteau, Seated Woman, c. 1716/1717, Black, red and white chal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USA.

Antoine Watteau, A Man Reclining and a Woman Seated on the Ground, c. 1716, red, black, and white chalk on brown laid paper, 24.1x35.9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USA.

그림에 시대를 담으려고 한 것이 실패의 첫번째 원인이었다. 지오르지오네의 비가적 분위기는 북적여야 할 남녀의 애정 섞인 향연에 녹아들었다. 푸생의 잘 짜여진 구도에서 배운 것은 빈 하늘을 배치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 것들이 젊은 남녀들이 이끄는 애정의 향연을 고요함으로 이끌었다. 고요한 향연, 이 모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시대착오, 아나크로니즘을 공쿠르 형제는 멜랑꼴리로 읽어냈다.

Antoine Watteau, L’Enseigne de Gersaint, 1720, Huile sur toile, 166x306cm, Chateâu de Charlottenburg, Berlin, Allemangne.

이 것을 알아본 이들은 유행지난 전원 취미를 담은 이 그림들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수집가인 쥘리엔느와 크로자가 그랬고, 갤러리스트인 제르쌍이 그랬다. 그들은 그 시대에 가장 진보적인 계층이었다. 그 모순적인 행보 속에, 작품 속 익명의 모델인 동시에 그들을 바라보는 관람자였던 이들은 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숨겨담은 듯한 이 회화를 사들였다.

Antoine Watteau, Pierrot, c. 1718/1719, huile sur toile, 185x150cm, Musée du Louvre, Paris, France.

이 회화는 당시의 유행을 담아냈기 때문에 세속화가 아니다. 즐거움만을 담았다면, 이 작품은 도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그 시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그런 식으로 와또의 도피는 성공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도피에는 언제나 현실이 묻어 있다.

참고문헌

(독자들을 위해 번역 출판본으로 명시하였습니다.)

다니엘 아라스, 서양미술사의 재발견, 마로니에북스, 2008.

다니엘 아라스, 디테일, 도서출판 숲, 2007.

리오넬로 벤투리, 미술비평사,문예출판사, 2001.

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3, 창작과 비평사, 1999.

W. 타타르키비츠, 미학의 기본개념사, 도서출판 미술문화, 1999.

이미지출처

https://www.spsg.de/

https://www.louvre.fr/

https://www.nga.gov/

http://www.gallerieaccademia.it/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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