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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실재, 그 경계 위의 예술 – 20세기 중반, 새 시대의 지표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사진과 실재, 그 경계 위의 예술

– 20세기 중반, 새 시대의 지표

Jehyun LEE 이제현

2019년, 우리는 사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진들이 SNS에 업로드되고 이 사진들은 자기 만족, 홍보, 정보 공유 등 여러가지 이유와 목적 아래 편집의 과정을 거쳐 무한한 가상의 공간에 노출된다. 오늘날 사진은 단지 기록을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개성 표현의 도구가 되기도, 소통의 매체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이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기에 앞서 대개 수반되는 과정이 있다. 이는 바로 사진의 주제가 되는 인물, 풍경, 음식 등을 보정하고, 필터를 입히는 것과 같은 일련의 ‘편집’ 과정이다. 이제 더이상 사진의 역할은 현실의 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데 충실하는 것보다 촬영 전, 중간, 후의 과정에 개입되는 주체들의 특정한 의도를 효율적, 어쩌면 충격적으로 전달하는 가공된 이미지로서의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의도적인 편집 행위가 20세기 중반의 미술사에서도 발견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록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 장의 사진을 변형 및 왜곡시켰던 방식은 회화로의 장르 변경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인화 전의 사진을 편집하는 행위는 아니었다. 그러나 20세기 미술사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던 모더니즘 회화의 흐름에서 벗어나, 현실을 묘사하는 데 있어 경쟁자의 위치에 있던 사진 매체를 활용하여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여기 언뜻 보기에 잘못 인화된 사진처럼 보일 수 있는 해당 시기의 회화 세 점이 있다.

그림 1. Gerhard Richter, Uncle Rudi, 1965, oil on canvas, 87 x 50cm. ©gerhard-richter.com

그림 2. Chuck Close, Self-Portrait, 1977, etching, hardground and aquatint, 137.2 x 104.1cm. ©chuckclose.com

그림 3. Don Eddy, VW Showroom Window, 1972, color offset lithograph on cardboard, 53.5 x 70.1cm. ©doneddyart.com

카메라 렌즈와 현실 사이에 의도적으로 필터를 끼워 넣은 듯한 이 작품들을 통해 세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답변은 바로 ‘순수한 예술과 현실에 대한 정면적인 비판’이다. 모더니즘 이론의 중심 담론인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로서의 회화에서 벗어나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와 척 클로즈(Chuck Close), 그리고 돈 에디(Don Eddy) 모두 평범하고 흔한 사진을 회화 작품으로 재 탄생시키는 과정 속에서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었다. 리히터는 특유의 ‘흐릿한’ 필터를 입힌 듯한 장면 묘사를 통해 그가 속해 있던 냉전시대와 모더니즘 예술의 흐름을 끊어내고자 했으며, 척 클로즈와 돈 에디 또한 카메라가 아닌 자신들에게 내재된 렌즈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왜곡시킴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를 거부적, 비판적으로 바라보게끔 만들었다. 이는 시대적으로 대립된 진영에 위치해 있던 동독과 미국 내에서 전개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이들 예술가들이 실재하지 않는 카메라 렌즈 또는 필터를 창작 과정에 개입시켜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려냄으로써 지금껏 필연적이고 타당하게 여겨온 해당 시기의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 맥락에 물음표를 던졌다는 사실은 새로운 시기로의 진입을 알리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로써 우리는 미술사가 곧 전복의 역사임을, 즉 어제의 주변 예술이 오늘의 중심 예술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현실을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통해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이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던짐으로써 기존 틀 속에서 고착된 시선을 깨나가는 것이 현대미술이 주는 즐거움이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gerhard-richter.com

chuckclose.com

doneddy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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