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g Boram
«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코톨드 컬렉션 : 인상주의에 대한 시선전 » 사무엘 코톨드의 예술사적 선구안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전시리뷰>
«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코톨드 컬렉션 : 인상주의에 대한 시선전 »
사무엘 코톨드의 예술사적 선구안
정보람

Édouard Manet, Un Bar aux folies-bergère, 1882, huile sur toile,
96 x 130cm, The Courtauld Gallery.
에곤 쉴레-장 미쉘 바스키아 전시가 막을 내리고 2019년에도 파리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 다시한번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찾아왔다. 코톨드의 인상주의 작품 컬렉션과 루이비통 재단의 1960년대 부터 현재까지의 회화 컬렉션이 동시에 개최되고 있다. 올 해 6월 17일까지 계속되는 사무엘 코톨드 컬렉션 전시는 런던의 코톨드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19세기 말 20세기초를 아우르는 회화, 드로잉 등 110여점의 프랑스 인상파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미술사의 아이콘을 한자리에 모아 놓았기에 눈앞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어하는 관람객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코톨드 컬렉션은 1955년 오랑쥬리 미술관에서 소개된 이후로 60년만에 파리로 돌아온 전시라 더욱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1882), 쇠라의 화장하는 젊은 여자(1889-90),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1892-96),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고갱의 네버모어(1897)등 인상주의 하면 생각나는 쟁쟁한 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걸려있다.


지하의 전시실에 들어서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공간을 볼 수 있다. 먼저 인상파 전시를 주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분위기의 오르세나 오랑쥬리와 달리 다양한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크고 작은 총 6개의 화이트 큐브 전시장이 이어져 있다. 18세기 전통 공간인 코톨드 갤러리에서 옮겨져 새롭개 배치된 그림들이 루이비통 미술관에서는 색다르게 다가온다. 작품은 순서대로 마네, 모네, 르누아르 부터 반 고흐, 고갱까지 작가별, 연대별로 배치되어 있다.

Courtauld Galleries Permanent Collection. Room7
앞서 블록버스터 전시라고 표현했듯이 아이콘들을 빛내는 스포트라이트 장치가 있는것이 재미있다. 전시실 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벽 뒤로 큰 사각형의 움푹 패인 공간 안에 걸어두었는데 이때 공간 위쪽에 감추어진 틈에 조명을 배치해 작품에 보다 극적인 효과를 준다. 전체적으로 공간속에 홀로 유유히 빛나는 모습이 무대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든다.

Samuel Courtauld (1876-1947)
이번 전시는 이러한 방대한 작품 목록을 가능케한 컬렉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시 서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20세기 예술의 후원자 였던 사무엘 코톨드(Samuel Courtauld)의 시선과 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는 자리이다. 본 전시공간과 별개로 입구와 출구는 코톨드 컬렉션이 걸린 홈 하우스(Home House)와 소머셋 하우스(Somerset House)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서 컬렉터에 대해 생동감 있게 이해 할 수 있게 해준다. 사무엘 코톨드는 프랑스 출신의 영국인 기업가로 아내인 엘리자베스 코톨드(Elizabeth Courtauld)와 함께 자신의 직관을 따라 1923년에서 1931년까지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에 속한 방대한 작품을 소장했다. 영국에서 무관심했던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들을 알리는데 공헌한 점에서 중요하다.

처음에는 지인들과 예술을 나누는 즐거움으로 시작했지만, 예술을 제한된 계층이 향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속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문화의 민주화라는 인류애적인 행적을 이어나갔다. 예술 소장품을 공공의 영역으로 넣으려고 했던 그의 행보는 대부분의 소장품을 기부하고, 코톨드 기금(Courtauld Fund)과 코톨드 미술 연구소(The Courtauld Institute of Art)를 설립하는 등 미술사와 미술품 보존 연구를 위해 앞장섰다. 이러한 그의 예술품에 대한 애정과 집념이 투영 된 것 처럼 교육적인 전시가 이루어졌다. 각 전시실과 작품은 미술사 서적을 보듯 자세하게 분석, 설명이 되어있고 전시 말미는 문서자료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1]로 끝맺는다.
코톨드 컬렉션을 통해 한 예술 후원, 수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가 가졌던 안목과 집념 그리고 예술의 경험을 대중과 나누려는 행보를 볼 수 있었다. 1955년 오랑주리 전시 이후 개최된 루이비통에서의 전시는 다시 한번 코톨드의 공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한 개인이 예술에 대해 가졌던 열정을 통해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 외에도 미술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다양한 역할과 노력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전시이다.
코톨드 컬렉션과 동시에 루이비통 재단이 5회로 기획한 1960년 부터 현재까지 회화 소장품전이 근/현대의 조합을 이루며 열리고 있다. 두 전시 모두 공통으로 회화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근대와 현대의 전시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담화를 생성해 내고, 시대를 관통하는 회화의 변모를 살펴볼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시대 컬렉터의 다른 시선과 선택 또한 발견할 수 있다.
[1] Heinz Peter Schwerfel(Camera Lucida Productions), Samuel Courtauld, collectionneur visionnaire, 2019.
참고자료
La collection Courtauld: le partie de l’impressionnisme, cat. exp. Paris, la Fondation Louis Vuitton, 20 février-17 juin 2019.
Suzanne Pagé, Fondation Louis Vuitton. Le Journal, n° 9,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