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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BRASSAÏ GRAFFITI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BRASSAÏ GRAFFITI

파리의 낙서

정보람 Jung Boram

이번 칼럼에서는 도시의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남겨져 있는 낙서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특별히 자유롭고 매력적인 도시 파리의 낙서를 수집했었던 브라사이(Brassaï)에 대한 이야기 인데요, 저는 이 재밌는 낙서의 세계를 2016-2017년에 퐁피두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브라사이의 그라피티(Graffiti)전시를 통해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Brassaï, Sans titre, de la série Graffiti [L’amour], 1945-1955, Épreuve gélatino- argentique (NS), 105x 80 cm.

브라사이(Brassaï)(1899-1984)는 헝가리 출신의 프랑스 사진작가로 스펙터클한 파리의 1000가지 표정을 담아냈다고 평가 받습니다. 특히 파리의 밤풍경사진으로 유명합니다. 대중문화에 심취해서 그 당시 파리의 밤거리를 수없이 돌아다니며 시크하고 화려한 장소뿐만 아니라 카바레 사창가 등 파리의 어두운 뒷골목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브라사이는 1930년대 초반부터 파리의 벽을 수놓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상징들, 단순한 형태의 그림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래전 이름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남긴 이 낙서들은 이 사진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으며 또 지금의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 그에게 도시의 그라피티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선사시대 암각화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낙서는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의식의 표현이며, 그것들에서 비로서 가장 강렬하고 진정성있는 예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진기는 도시공간을 분해해서 파악 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서 25년동안의 긴 시간동안 이루어진 체계적인 작업을 통해 500여장으로 구성된 그라피티 시리즈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낙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참 미스테리 합니다. 그라피티는 ‘벽의 언어’ 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차가운 벽에 다채로운 모습으로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호기심이 깃든 브라사이의 카메라 곧 그의 눈의 지나간 자리인 벽의 패인 홈들 그리고 그곳에 자리한 낙서들은 마술같고 미스테리한 도시를 완성합니다. 브라사이의 카메라에 우연히 포착된 낙서들은 이제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어 1956년에 뉴욕 MoMA미술관에서 전시되고, 1961년에는 ‘Graffiti’ 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 되기도 했습니다.

Language of the Wall: Parisian Graffiti Photographed by Brassaï 1956-1957, The Museum of Modern Art.

이미지들이 점차 축적되면서 통계자료 처럼 분류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제와 형태의 반복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들면 얼굴, 사랑, 동물, 죽음, 성, 마스크, 마술, 전쟁 등의 주제가 있습니다. 브라사이의 낙서 작품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먼저 작가에게 벽은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존재였으며 또 지금의 문명세계에서 자연을 대체한다고 생각했기에 벽과의 상호작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파리 곳곳의 벽에서 포착해낸 낙서 작품들은 그라피티 시리즈로 한데 엮이면서 한가지 스타일로 통일되었습니다. 작품의 전체적인 특징으로는 낙서들이 정면을 향하고 부피감 없이 납작하게 화면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선과 형태로 투박하게 표현된 형상은 원시적이고 거친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잘려진 이미지는 실제크기보다 확대되었는데 어떤 작품은 사람만한 크기에 이르기도 해서 길에서 찾아낸 낙서라기 보다 하나의 그림으로 보입니다. 원래의 장소를 추측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낙서들은 미스테리한 느낌이 더욱 짙어집니다.

Le Roi Soleil, de la série Graffiti, images primitives, 1945-1955

Épreuve gélatino- argentique (NS), 139,8 x 105cm

Série Masques et visages, Brassaï Graffiti, Centre Pompidou

그라피티 연작은 지금도 수많은 해석을 생성해 내고 있습니다. 파리를 산책중 우연히 발견한 낙서에서 시작되어 도시에서 흘러간 역사와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넓은 범주에서 재조명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사진과 시각예술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옴으로 20세기 예술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길가의 낙서를 기록한 사진으로만 여겨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예술 작품의 지위를 얻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참고자료

Brassaï, graffiti : le langage du mur, cat. exp. Paris, 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 Pompidou, Galerie de photographies, 9 novembre 2016- 30 janvier 2017.

Karolina Ziebinska-Lewandowska, « Brassaï Graffiti », Code Couleur, n° 26, septembre-décembre 2016, pp.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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