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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15분 3화, 초공간을 여행하는 은둔자, FRANTIŠEK KUPKA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15분 3화, 초공간을 여행하는 은둔자, FRANTIŠEK KUPKA

고연정 Yeon-Jeong Danielle GO

L’Eau (La Baigneuse), 1906-1909, huile sur toile, 63 x 80cm, Coll. Centre Pompidou, Paris.

파리의 문화 예술 트랜드를 이끈다고 해도 가히 손색이 없을 법한 그랑팔레. 중요 미술 전시, 아트 페어, 패션쇼가 열리는 그 곳에서 올 해 여름, 추상 미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쿠프카의 회고전을 올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15분에서도 대중들에겐 칸딘스키보다는 낯설게 느껴질 프란티셰크 쿠프카의 작품을 보려고 합니다.

체코 출신의 이 화가는 1906년, 그의 나이 서른 다섯 살에 자신의 화가 친구인 쟈크 비용 Jacque Villon이 살고있던 프랑스의 Puteaux에 정착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5년 후 1911년에, Puteaux에 있던 쟈크 비용의 스튜디오와 노르망디의 화가 연합, 그리고 Mercereau 서클이 합쳐집니다. 이 때 그의 나이는 이미 마흔 살로 당시에 활동하던 입체주의 화가들의 나이에 비해 적은 나이는 아니었죠.

Jacque Villon, Jeune Fille, 1912, huile sur toile, 146,2 x 114,3 cm, Coll. Philadelphia Museum of Art.

« 나는 피카소와 입체주의자들을 지지하는 파리지앤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를 방문하기를 원하지도 않고 나도 그들을 방문하지 않지. 나는 마치 은둔자와 같이 살고 있네… ».[1]

1913년에 그가 친구에게 썼던 글 입니다. 나이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기존부터 가지고 있던 신지학자적이고 신비주의적 성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당시의 입체주의 화가들과는 비교적 잘 어울리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그의 작품들을 보면 입체주의자들이 지향하던 화풍과 상당히 유사하다 느낄 수 있을 겁니다.

Plans par couleurs (Femme dans les triangles), 1910-1911, huile sur toile, 109 x 99,5 cm, Coll. Centre Pompidou, Paris.

종종 아트팩트 팟캐스트에서 언급한 적이 있을 겁니다. 1895년 12월 22일, 물리학자인 Wilhelm Röntgen은 X 레이를 발명하였습니다. 기존의 회화란,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에 있는 입체적인 대상을 캔버스에 평면, 즉 2차원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죠. X 레이가 발명되면서 그 동안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감각, 즉 시각, 촉각 등으로 인지할 수 없었던 대상이 (여기에서는 육안으로 볼 수 없던 피부 아래의 뼈라고 볼 수 있겠죠.) X 레이를 통한 이미지에서는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화가들은 생각합니다. 3차원보다 상위에 있는 초 공간에 있는 것을 평면에 나타낼 수 있을까 ?

이러한 생각을 한 것은 비단 화가들 뿐만이 아니라 1884년 플랫랜드의 저자 에드윈 애봇도 그러했고, 찰스 힌턴과 같은 과학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3차원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4차원 입체를 볼 수 없죠. 그 것을 보려면, 4차원 입체를 그림자로써 3차원에 투영해 봐야합니다. 이 것이 바로 테서랙트 Tesseract 라고 불리는 4차원 초 입방체입니다. 마치, 3차원 입체를 2차원 평면에 옮긴 회화의 사유 과정과 비슷하지 않나요 ?

위의 작품과 함께 봐야할 사진이 있습니다. 바로 에티엔 쥘 마레이의 동체사진인데요, 이를 보면 인간이 걷는 과정을 하나의 평면에 옮겨놓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이 걷고 있을 때 함께 흘러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육체의 변화를 평면 이미지에 옮겨놓았고, 우리가 시각적으로 움직인 시공간을 인지 할 수 있는 것이죠.

Etienne-Jules Marey, Chronophotographie Man walking, Vers 1882.

또한 쿠프카는, 육안으로 인지 할 수 있는 육체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X 레이 프리즘을 사용하여 마치 대상을 둘러싼 빛과 대기와 육체를 평면에 투영하듯 작품을 그렸습니다. 이는 미래주의자들이 보였던 태도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 인간 형체를 그리려면, 그냥 그 것을 그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 그를 둘러싼 대기 (분위기)까지 함께 줄 수 있어야 한다. »[2]

한 편, 입체주의 자들이 인지의 과정, 특히 시각과 촉각에 관심을 가졌을 때, 신지론자였던 쿠프카는 좀 더 다른 방향을 보게 됩니다. 신지론, 신지학 이라는 단어가 조금 생소한 독자도 있을 것입니다. 1875년 뉴욕에서 헬레나 페트로브나 블라바츠키와 헨리 스틸 올콧 윌리엄 Q. 저지 등에 의해서 창설된 신지학회는, 우리에게 익숙한 뉴에이지 운동을 시작한 기관이기도 합니다. 신비주의적인 사상 철학 체계를 가지고 모든 종교, 사상, 철학, 과학, 예술 등이 근본적으로 하나의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한다는 이론을 내세운 기관이죠.

이에 따라 그는 탐구 영역을 예술에 국한하지 않았습니다. 근현대 미술에서의 4차원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저자 Linda Dalrymple Henderson은 그가 1911년 3월 Le Théosophe에 출간된 수학자 Henri Poincaré의 생각들을 요약한 Revel의 글을 읽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합니다.

블라바츠키의 주장했던 육감을 넘어선 초의식의 영역과 힌튼이 주장한 바처럼 3차원을 초월하는 상위 공간의 인지에 대한 쿠프카의 엄청난 관심은 작품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Le Rêve, vers 1906, huile sur carton, 31,5 x 32 cm, [en bas à gauche est inscrit : Ma chère Ninie, voici ébauché le rêve que j’ai eu – nous deux – ton Franc.], Coll. Kunstmuseum Bochum.

쿠프카의 이라는 작품입니다. 작품 오른쪽 아래에는 남녀가 자는 듯 누워있고, 그 대각선 위로는 마치 떠다니는 듯한 두 인간의 투명한 형체가 겹쳐져 그려져 있습니다. 누워있는 커플을 제외한 이외의 공간과 형체는 마치 프리즘에 투영한 듯 여러 층과 색채로 표현되었네요. 앞서 보았던 작품들이 실제 대상의 움직임을 그렸다면, 해당 그림에서, 특히 인간 형체 부분은 누워있는 커플의 꿈 속에서 나온 듯 좁은 아랫 부분에서 윗 부분으로 넓게 퍼지듯 공간을 차지합니다.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기기 어렵죠.

누워서 자는 커플이 쿠프카 부부라는 것을 작품의 왼편 아래 써진 쿠프카의 글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사랑하는 나의 니니 (쿠프카의 부인 Eugénie Kupka의 애칭), 이건 내가 꿨던 꿈의 형태를 잡아본거야. 그러니까 우리 둘 말이야. 너의 프랑크로 부터. ».

쿠프카의 부인은 쿠프카의 뮤즈이기도 했습니다. 쿠프카의 말대로, 공중에 떠있는 두 인간의 투명한 형체는 바로 쿠프카 자신의 꿈 속에서의 쿠프카와 그의 부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 공간은 꿈 속의 공간일까요 ? 꿈 속의 공간이라면, 공중에 떠다니는 아스트랄, 즉 비현실적인 인간 형체 만으로도 충분히 인지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첫 시간에 봤던, 오딜롱 르동의 감은 눈을 아직 기억하시나요 ? 그런 식으로 떠다니고 있는 형태만을 이용하여 꿈을 묘사할 수 가 있죠. 그런데 쿠프가는 밑에 굳이 현실적으로 자고 있는 자신과 자신의 부인을 그려놓고, 배경의 수직으로 그려진 선들은 의도적인 듯 커플의 몸에서 뻗어나오게 그려놓았습니다.

즉, 이 공간은 꿈으로 대변할 수 있는 초공간과 쿠프카의 현실공간이 동시에 합쳐진 공간입니다. 떠다니고 있는 육체는 쿠프카의 꿈에서 나온 육체입니다. 그를 증명하는 듯 X 선 프리즘을 통과한 듯이 투명하게 그렸죠. 또한, 이 아스트랄한 형체는 가슴의 형태와 얼굴, 그리고 육체의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리스 미술에서 추구한 궁극적인 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잠’이 아니라 ‘꿈’인 것은 이렇듯 궁극적인 미와, 초공간과 같이 이중적인 뜻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적 공간에 실제적인 불투명한 육체와 투명한 영혼들의 비현실적인 형체를 2차원 평면에 배치하고 그 것을 다시 3차원에 있는 쿠프카가 니니에게 다시 전하듯이 말이죠.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마치 쿠프카가 잠든 고요한 공간에서 자신의 앞에 스팩트럼 처럼 펼쳐진 꿈을 보는 듯한 오묘한 느낌을 받게 될 지도 모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런 쿠프카의 주변에 있었던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에 대해, 그리고 아마 이번 15분을 함께 하면서 몇몇 독자 분들은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네요. 질 들뢰즈와 앙리 베르그송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 해보는 15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 « I Know the Parisian followers of Picasso, the Cubists, Personally. I do not encourage their visits and I do not visit them either. I live like a hermit…».

[2] « pour peindre une figure humaine, il ne faut pas la peindre ; il fau en donner l’atmosphère enveloppante ». – Manifeste des peintres futuristes (mai 1910).

작품 정보

FRANTIŠEK KUPKA

L’Eau (La Baigneuse), 1906-1909, huile sur toile, 63 x 80cm, Coll. Centre Pompidou, Paris.

Plans par couleurs (Femme dans les triangles), 1910-1911, huile sur toile, 109 x 99,5 cm, Coll. Centre Pompidou, Paris.

Le Rêve, vers 1906, huile sur carton, 31,5 x 32 cm, [en bas à gauche est inscrit : Ma chère Ninie, voici ébauché le rêve que j’ai eu – nous deux – ton Franc.], Coll. Kunstmuseum Bochum.

Jacque Villon, Jeune Fille, 1912, huile sur toile, 146,2 x 114,3 cm, Coll. Philadelphia Museum of Art.

Etienne-Jules Marey, Chronophotographie Man walking, Vers 1882

이미지 출처

https://www.centrepompidou.fr/

http://www.duchamp-villon-crotti.com/artistes/jacques-villon/

https://www.mutualart.com/Artwork/

참고 문헌

Linda Dalrymple Henderson, The Fourth Dimension and Non-Euclidean Geometry in Modern Art, Revised edition, The MIT Press, Cambridge, Massachusetts, London, England, 2013.

Martin Gardner, Mathematical Games : Concerning the Diversions in a New Book on Geometry, Scientific American, 204 (Apr. 1961), 164-75.

Revue de BeauxArts, Kupka, pionnier de l’abstraction, Grand Palais.

컨퍼런스 및 전시

Conférence de Pascal Rousseau à Château de Fontainebleau, 2 Juin 2018. : http://festivaldelhistoiredelart.com/programmes/la-verite-nue-de-la-peinture-autour-du-reve-de-frantisek-kupka/

Exposition, Rétrospective, Kupka, pionnier de l’abstraction, Grand Palais, du 21 mars au 30 juille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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