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g Boram
[국문] 숯의 예술가 이배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숯의 예술가 이배
정보람

1. Lee Bae, Issu du feu, 2000(detail), Charcoal on plywood, 210x110cm,
Courtesy Perrotin.
이번 칼럼에서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고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대예술가 이배의 특별한 재료인 숯에 대해 얘기해드릴게요. 1990년대 말과2000년대 초반까지 제작된 숯 작품들은 최근작들에 비해서 덜 알려졌지만 매우 흥미로운 작품들입니다. 이배 작가는 프랑스와 인연이 깊은데요, 1989년 전 재산을 팔고 파리로 떠나와 힘든 작가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생활고와 한국에서 온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집앞 브리콜라쥬가게를 지나치던중 운명적으로 숯을 만나게 됩니다. 이후 수많은 전시경력이 있지만 특별히 올해 작가는 3월 부터 파리 페로탱 갤러리(Galerie Perrotin)와 남프랑스의 생 폴 드 방스 마그재단 미술관( Fondation Maeght)에서 큰 개인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숯일까요? 사실 요즘은 주위에서 숯을 찾아보기도 힘든데요, 숯과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꾸준히 숯을 사용해서 작업해 왔다는 점에서 수많은 재료중에 왜 숯인지 그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그때 작가가 우연히 찾아냈던 것은 보통의 미술재료가 아니라 바비큐용 숯이었어요. 무엇보다 가격면에서 가난했던 외국인 작가에게 유화물감에비해 저렴한 숯은 더없이 좋은 재료였죠.
또한 숯은 동양문화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동양미술에서 쓰이는 주재료인 먹이 바로 숯으로 만들어졌고 특히 한국에서는 생활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장을 만들때나 한옥을 지을때 나쁜기운을 쫓아낼때 등 다양하게 쓰이며 작가에게 숯은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작가가 살아온 동양의 문화가 됩니다. 작가는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숯은 한국에서 온 작가라는 문화권과의 연결고리가 되었고 또 유년시절 자연속에서 성장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 그대로를 가장 표현하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2.뎃생 1997 140x90cm 종이위에 목탄
날것의 재료인 숯을 사용하여 설치, 드로잉, 부조화된 화면을 만들어 내는데, 이 단순한 자연재료가 가진 본연의 힘이 우리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이때 사물이 타버리고 남은 숯에 내재되어 있는 상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은 사물의 종착점이라고 하죠.
이배는 숯을통해 본질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숯은 사물이 자신의 고유한 속성을 탈각한 채 탄소라는 원소로 환원된 상태입니다. 최대한 색 사용도 억제하고 전에 갖고 있던 속성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자연으로 돌아간 원형상태로 작업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배작가에게서 숯은 소멸되고 끝나는 허무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상징적으로는 숯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의 마지막 모습이에요. 현실성과 일상성을 모두 벗어버린 순수성을 지닌 물건이죠. 죽은 물건이 아니고 불을 붙이면 다시 불이 붙는, 에너지가 있는 물건이에요. 결국 제게 숯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의미해요”[1]
자연재료가 주는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던 예로 거대한 숯덩이들을 사용한 설치미술을 들 수 있는데요, 숯을 회화라는 틀에서 빠져나와서 공간속에 배치시켜 관객들과 자유롭게 만나게 했습니다. 이에 관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처럼 “여기 숯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숯입니다.” 라며 물질 그대로를 단순히 색다른 공간에 배치시킴으로써 자연재료와 문화공간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2]

3.Musée Guimet 2015
한편, 재료라는 측면 외에도 이배 작가의 작품세계는 검은색조에 대한 끝없는 탐구로도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검은색이 다 같은 검은색이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숯의 표면은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다양한 색채를 띄고 있습니다. 숯을 정성스럽게 배치하고, 붙여내고 깎아내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숯의 다양한 표현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불의 근원’이라는 뜻의 ‘이수 뒤 푸(Issu du feu)’는 숯을 톱으로 썰어서 나온 단면을 캠퍼스 위에 붙이고 사포로 갈아서 만든 작품인데 반짝반짝 빛나는표면에서 다양한 검은색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가에 따르면 큰 가마에서 1000°C이상의 고온으로 나무를 굽고, 15일동안 불을 떼고 15일동안 식혀서 순수한 탄소만 남게하는데 이렇게 만든 숯은 빛을 머금고, 한가지의 검은색이 모든 색을 포용해 100가지의 색깔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배의 작품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배 작가는 2000년이후로 숯의 물성을 살려서 제작하는 방법을 중단했습니다. 작가는 상징적으로 숯에게 자연상태의 자유를 주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가졌습니다. 그동안 작업실에 쌓여있던 숯 가루들을 모아서 공기중에 날리면서 그동안의 숯과의 작업에 작별을 고했던 것이죠.

4 .숯가루 날리기 2000, 100x65cm,사진인화
<참고자료>
-Lee Bae, cat.exp. Séoul, Galerie Hakgojae, 2007.
-Artists of the Year 2000- Noh, Sang-Kyoon*Lee, Bae, cat. exp.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15November-30December 2000.
-Lee Bae Black Mapping. [En ligne]
https://static.perrotin.com/presse_expo/press_release_6434_0.pdf?v=1518622553 (consulté le 25/02/2018)
-LEE BAE. [En ligne]
http://www.leebae.art (consulté le 25/02/2018)
-마크 테토의 물물기행 12탄 현대미술가 이배. [En ligne]
https://blog.naver.com/ilivingsense/221131716892(consulté le 25/02/2018)
<이미지 출처 >
1.https://static.perrotin.com/presse_expo/press_release_6434_0.pdf?v=1518622553
2. Artists of the Year 2000- Noh, Sang-KyoonLee, Bae, cat. exp.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15November-30December 2000.
3. http://www.leebae.art
4. Artists of the Year 2000- Noh, Sang-KyoonLee, Bae, cat. exp.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15November-30December 2000.
[1]마크 테토의 물물기행 12탄 현대미술가 이배. [En ligne]
https://blog.naver.com/ilivingsense/221131716892(consulté le 25/02/2018)
[2] Lee Bae, cat.exp. Séoul, Galerie Hakgojae, 2007,p.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