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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치의 일생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치의 일생

Zinna KIM 김진

파리 루브르의 리슐리외관 2층(한국식으로 3층) 18번방에 가면 거대한 크기의 24개의 유화 그림이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차례로 진열되어있다. 바로 16세기말 17세기 초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루벤스 Paul Pierre Rubens(1577~1640)의 작품 “마리 드 메디치의 일생 Le Cycle de Marie de Médicis 이다. 앙리 4세 Henri IV의 두번째 부인이자 루이 13세 Louis XIII의 어머니인 마리 드 메디치 Marie de Médicis는 자신의 일생의 중요사건들을 모티브로하여 웅장하고 화려한 24개의 연작 그림을 그려줄 것을 루벤스에게 1521년 주문하였고, 루벤스는 1522년부터 1525년까지 2년 몇 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이 작품들을 벨기에 안트베르펜 (프랑스어 : Angers)에 있는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자신의 문하생들과 완성하였다.

마리 드 메디치는 왜 이 그림들을 주문하였을까 ? 또 수 많은 화가 중 왜 루벤스를 선택하게 된것 일까 ? 의 의문에서 출발한 이 칼럼에선 당시의 간략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24개의 작품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앙리 4세의 신격화와 마리 드 메디치의 섭정선포 L'Apothéose d'Henri IV et la proclamation de la régence > 가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앙리 4세Henri IV, 1553 ~ 1610]

오랜 시간 이어진 신교와 구교의 종교대립 속에 모두의 화합을 이끌어내고자 힘썼던 앙리 4세는1610년 5월 14일 파리의 페로네리 거리에서 카톨릭 광신도인 프랑수아 라바약 (François Ravaillac)에게 살해당한다. 1600년 마리 드 메디치와 결혼한 앙리 4세가 생드니의 성당에서 공식 왕후로서의 대관식을 왕후에게 치뤄준 바로 다음날이었다. 두 사람에게는 훗날 루이 13세가 될 아들이 있었으나 겨우 9살 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리 드 메디치는 4년간 자신이 루이를 대신하여 섭정을 하겠노라 선포하게 된다.

[마리 드 메디치 Marie de Médicis, 1575 ~ 1642]

하지만 4년이 지난 후 에도 마리 드 메디치는 권력을 내려놓지 않았고 3년이 더 지난 1617년 결국 아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궁에서 쫓겨나 감옥에 갖히게 된다. 몇 년 후 아들과의 화해로 다시 파리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궁전이 될 뤽상부르 궁전을 장식 할 그림을 그려줄 화가로서 루벤스를 지목하고 1621년 정식계약을 하기에 이른다. 당시의 계약서에 따르면 루벤스는 이 24개의 작품 속 에 마리 드 메디치를 주인공으로 하여 24개의 에피소드를 충분한 상의를 통하여 고르고 눈부시게 호화로운 스타일로 영웅화하여 그려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피에르 폴 루벤스Pierre Paul Rubens, 1577 ~ 1640]

루벤스는 당시 바로크 시기 최고의 거장으로 손 꼽히던 화가로 특히 초상화와 풍경화를 많이 남겼다. 그의 작품들은 거대한 종교적 프로젝트로 주문 받은 것, 그리스 로마 신화, 또는 그에서 따왔거나 은유적인 대입으로 남긴 것, 또는 역사적 이야기를 담은 것 이 많다. 후대의 평가에 따르면 루벤스는 화려하고 경이로운 특징을 가지는 바로크 회화의 주창자로서 작품 속 인물들에 생생한 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하고, 강렬하고 깊이있는 색상, 빛과 대조되는 어두운 그림자의 활용하고 이와 더불어 여러 종교/신화적 은유법을 써서 섬세한 감정을 더하여 담아낸다. 또한 그는 수준 높은 지식과 화려한 언변으로 유럽각국에서 ‘외교관’ 적 위치를 부여 받았을 정도로 높은 사회적인 지위를 누렸다고 한다. 엄격한 카톨릭 가정에서 자란 루벤스는 철저한 반 종교 개혁주의자로 구교 카톨릭을 옹호하였고 자신의 그림 속 에도 이러한 태도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앙리 4세의 신격화와 마리 드 메디치의 섭정 선포 L'Apothéose d'Henri IV et la proclamation de la régence]

다시 마리 드 메디치가 주문한 « 마리 드 메디치의 일생Le Cycle de Marie de Médicis »으로 돌아와 그의 핵심작품인 « 앙리 4세의 신격화와 마리 드 메디치의 섭정선포 L'Apothéose d'Henri IV et la proclamation de la régence »을 살펴보자.

이 그림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작품으로 크기가 394*727cm로 상당히 큰 사이즈다. 루벤스는 이 큰 하나의 화폭을 둘로 나누어 좌측은 앙리 4세의, 암살을 우측은 슬퍼하는 마리 드 메디치의 이야기를 동시에 담았다.

이 그림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간단히 보자. 좌측 상단에는 올림푸스의 신들이 제우스 (신들의 왕)와 사투르누스 (농경의신)에 의해 들어 올려지고 있는 앙리 4세를 환영하고 있다. 앙리 4세는 이제 인간의 세계에서 신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당시 프랑스의 왕으로서의 의상이 아니라 로마 황제의 의상을 입고 있다. 그의 발 밑에는 뱀으로 묘사된 라바약이 화살을 맞은 채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측의 마리 드 메디치는 자신의 슬픔을 강조하려는 듯 검정색의 수수한 의상을 입고 과장된 눈물을 흘리며 앉아있다. 루벤스는 그녀가 앉아있는 의자의 위치를 앙리 4세보다 더 높게 배치하여 그녀의 위상을 강조해주려는 듯 보인다. 그녀의 발 밑 에는 앙리 4세의 암살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간청하고 있으며, 그녀의 등 뒤에는 투구와 방패로 무장한 전쟁과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가 서있다. 마리 드 메디치의 맞은 편에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작은 지구본을 그녀에게 건네고 있는데, 이 푸른색 드레스의 여자는 바로 프랑스이 상징이다. 다시 말하자면 프랑스가 의인화 된 표현으로 나타나 앙리 4세에게서 받은 « 통치의지구본 »을 마리 드 메디치에게 건네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발 밑 의 사람들과 등 뒤의 미네르바 그리고 옆에 자리한 다른 여신들 모두가 그녀에게 이 준엄한 역사적 소명을 받아들일 것을 간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리 드 메디치는 자신이 국가 통치의 권리를 억지로 뺏은 것이 아니며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처럼 묘사되길 바랬다.

그녀는 웅장하고 화려한 그림이 주는 메시지의 힘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영웅화하고 아름답게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삶을 예찬하고 자신의 섭정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앙리 4세의 암살 후 국가권력을 승계받고 섭정을 했던데 대한 타당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훗날이 그림들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독일로 다시 쫓겨난 그녀는 끝내 아들과 화해하지 못하고 거기에서 사망한다. 루벤스는 짧은 기간 내 24점의 대작을 완성하느라 자신의 아뜰리에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자신의 모든 기술을 담았지만 그림 값을 지불받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마리 드 메디치의 이 후 상황은 여의치 않았던 듯 하다. 어쨌거나 그녀는 자신이 뜻하던 대로, 주문한 대로 완성된 그림을 넘겨 받았으며 우리는 루벤스의 화려한 걸작을 지금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 칼럼이 시작 점이 있던 의문은 이로서 몇 가지 해결이 되었다. 장엄하고 화려한 바로크 미술이 대가였던 루벤스를 마리 드 메디치가 선택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톨릭의 열광적인 지지자였던 마리 드 메디치가 반 종교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루벤스와 종교적 뜻을 같이 한 점도 하나의 연결 끈으로 볼 수 있다고 하겠다. 그녀는 그 전부터 루벤스의 열렬한 예술적 후원자였다.

이처럼 미술작품은 역사적, 시대적 배경에 따라 주문되어 아티스트의 의도 뿐 만 아니라 주문자의 의도가 의식적으로 담기기도 한다. 작품이 가지는 역사적 배경, 의의, 그리고 작가들의 기법과 감춰진 메시지 등을 하나씩 파헤쳐 보는 솔솔한 재미가 미술 공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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