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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장 뒤뷔페의 살구빛 도는 도텔의 초상에 대하여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장 뒤뷔페의 살구빛 도는 도텔의 초상에 대하여

Jung Boram 정보람

Jean Dubuffet, Dhôtel nuancé d’abricot, huile sur toile, 116x 89cm,

juillet-août 1947,MNAM-Centre Georges-Pompidou, Paris.

뒤뷔페의 작품세계에 친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아마도 이 초상화가 여러분을 적잖이 당황하게 하거나 혹은 공포스럽게까지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이 불친절한 초상화는 뒤뷔페의 지인인 프랑스의 문인 앙드레 도텔을 (André Dhôtel) 모델로 그린 것으로 그 표현기법은 얼핏보아 어린아이의 그림이나 낙서를 연상시킵니다. 인류의 크나큰 참상이었던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미술사에서 인간 신체의 표현 양상은 급격한 변화를 보이게 되는데요, 퐁피두 현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 도텔의 초상화도 그 특징을 보이는 작품 중 하나 입니다.

장 뒤뷔페(1901-1985)는 20세기 프랑스 예술가로 그의 작품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일생동안 작품활동과 함께 예술에 대해 방대한양의 저서를 남겼는데요 늘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며 일관되게 엘리트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으로 뒤뷔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가 창안한 아르 브뤼 (art brut)라는 개념 입니다. 인간 이성에 대한 회의감으로 그에 기반하여 건설된 서구 문화에 등 돌린채, 1945년부터 문화적 예술(art culturel)에 영향을 받지 않은 작품들을 수집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주목한 것이 바로 정신병자, 어린아이 또는 예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의 순수한 창작물이었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특히 전통적인 초상화라는 장르를 선택함으로써 아카데믹한 기존 회화의 양식을 벗어던지고 아이들의 순수한 낙서의 형태로 인물의 얼굴을 농담처럼 자유롭게 그립니다.

이 글에서는 장 뒤뷔페의 살구빛 도는 도텔의 초상을 통해 왜 이 작품이 전통적인 초상화와의 단절을 선언하는지 또 작가가 어떤 방법으로 관습과 전통적인 미학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간의 형상을 제시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초상화라고 하면 의례 떠오로는 이미지가 있을텐데요 화가의 애정어린 시선, 엄숙하고 획일화된 포즈, 모델의 사회적 위치를 짐작하게 하는 상징물들, 아니면 증명사진 같아 보이는 사실적인 선과 붓터치 등등을 예로 들수 있겠죠. 이 기괴한 형상의 초상화는 여러분이 짐작하시는 것과 같은 이유로 1947년 처음으로 초상화 시리즈가 전시되었을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Catalogue de l’exposition « Portraits »

à la Galerie René Drouin

뒤뷔페는 플로랑스 굴드 (Florence Gould)라는 부유한 사교계 인사가 자신의 집에서 정기적으로 주최했던 오찬회에서 이 연작을 제작하기로 착안했습니다. 그리고 오찬에 참석한 그의 친구 문인들과 화가들의 얼굴을 관찰한 후 그려나갔는데요, 언뜻보기에 모델과 전혀 닮았을것 같지 않고 인물의 특징이 지나치게 강조된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초상화와는 아주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더 나아가 이 작품은 예술작품하면 기본적으로 따라오는 개념들인 예술가의 기량과 아름다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설명해 드리자면, 인물은 아주 간략한 몇가지 형태로 치환되어 입체감은 찾아볼 수 없이 납작하게 캔버스위에 붙어있습니다. 이런 표현법은 캐리커쳐나 아이들의 낙서를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얼굴은 가장 기초적인 요소들로만 구성되어 몸통위에 얹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개골 모양위에 점이 찍힌 원형으로 구성된 두 눈, 몇가지 선으로 표현된 코, 머리카락, 치아 등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뒤뷔페는 회화에서 줄곧 사용되는 원근법과 명암법도 과감하게 포기합니다.

여기서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모델과의 유사성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뒤뷔페는 개성적이고 심리적인 초상화에 반대하여, 초상화는 그저 사람의 얼굴만 상기시키면 충분하다고 생각 했습니다[1]. 하지만 재미있게도 여기에 모순이 발생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요소만 사용하여 닮음과 상관없이 그려낸 사람 형상이지만 그 결과물로 탄생된 이 인물은 일반성과 개별성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닮았을것 같지 않지만 또 다른 도텔의 데생들과 비교 했을때 어느정도 동일 인물의 특징을 잡아서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으신가요 ?

Portrait d’André Dhôtel, Portrait de Dhôtel

dessin au crayon, dessin au crayon et à l’encre de Chine

34x 25cm, 1947. 35x 26,5cm, juillet-août 1947.

Anne D’Andriesens 는 자신의 논문에서 뒤뷔페가 어떤것이든 가장 극한 지점까지 옮기는 것을 좋아하며, 따라서 개별성의 극한에 위치한 형상이 이 점을 지나 버리면 이미지는 일반성의 범주로 떨어져 버린다고 봤습니다.

뒤뷔페는 또한 이상적인 아름다움 이라는 개념도 공격하는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못생겼다고 간주하는 것에도 경탄할만한 것이 가득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도텔은 이상화와는 아주 거리가 멀게도, 나이 지긋하고 볼품없으며 못생긴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모델은 테두리에 꽉 차서, 인체 비율은 무시되어 있고, 이마의 주름과 찌푸린 얼굴 또 철책같이 묘사된 치아, 몇가닥 없는 머리카락은 인물을 위협적이게 까지 보이게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것보다 이 초상화의 실제 크기가 큰데요, 이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퐁피두 현대 미술관의 그림 앞에 서면 비슷한 눈높이에서 그림속 대상과 일대일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때 도드라지는 특징이 바로 두텁게 바른 마티에르인데, 뒤뷔페는 아카데미풍의 그림과는 재료의 사용 면에서도 확고히 다른 길을 택합니다. 같은 시기의 초상화 연작중에는 유화물감 외에도 새로운 재료들을 함께 섞어서 사용한 작품들이 있는데요, 퐁피두 미술관에서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미셸 타피에(Michel Tapié),피에르 마티스(Pierre Matisse)의 초상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Vue de la salle 26 Dubuffet, l’exposition des collections modernes du Centre Pompidou

예술과는 어울리지 않을것만 같은 자갈, 모래와 같은 날것의 자연 재료를 유화에 섞어서 사용했는데 이때 재료들을 반죽하고 베어내고 긁어내어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도텔의 그림에서 머리와 몸통의 곡선을 보시면 긁어낸 자국 위로 주황빛이 감도는 분홍색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칠고 두텁게 발린 물감과 같은 마티에르의 흔적을 통해 화가의 격렬했던 움직임 또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요.

이렇게 도구의 흔적을 따라가면 겹겹이 쌓인 서로 다른 색깔의 마티에르와

바탕의 갑작스런 출현도 마주할 수 있죠. 뒤뷔페는 일찍이 재료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적이 있는데요, 예술은 재료와 도구에서부터 탄생해야 하며 또한 도구와, 재료와 도구가 대립한 흔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2]. 이에따라 뒤뷔페가 사용한 도구도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미술도구와는 다르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뒤뷔페는 주걱, 반죽용 칼, 숟가락 또는 손가락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런것들이 화가에게는 아카데믹한 테크닉에 반하는 작업의 일환이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바와 같이 도텔의 초상화는 낙서처럼 가볍고 재미있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단순한 형태는 우리에게 인물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시에 무거운 목소리로 전통적인 초상화의 신성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D’ANDRIESENS Anne. Jean Dubuffet portraitiste. Mémoire de maîtrise en histoire de l’art. Paris : Université Paris-Sorbonne, 1989.

DUBUFFET Jean., Prospectus et tous écrits suivants, T.1, Paris, Gallimard, 1967.

Jean Dubuffet Rétrospective, 10 Novembre 2006- 28 janvier 2007,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Deoksugung, Séoul.

LAGEIRA Jacinto., Centre Pompidou, la collection du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 peintures et sculptures, Paris, Scala, 2008.

LEAL Brigitte., Collection art moderne : la collection du Centre Pompidou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Paris, Centre Pompidou, 2006.

[1] « Si je peins l’effigie d’un homme il me paraît suffisant que ma peinture évoque en effet un visage d’être humain, mais sans particularités accidentelles.» Dubuffet Jean., Prospectus et tous écrits suivants, T.1, Paris, Gallimard, 1967, p. 74.

[2] Dubuffet Jean., Prospectus et tous écrits suivant, T.1, Paris, Gallimard, 1967, 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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