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NG Song Yi
[국문] 고대 그리스와 로마 조각 I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고대 그리스와 로마 조각 1
송송이 SONG Song Yi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조각상을 보면 하얀 대리석에 육체미를 뽐내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더불어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을 정도의 황금비율과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 미술에서 인체를 표현할 때 무게를 한쪽 발에 집중하고 다른 쪽 발은 편안하게 놓는 구도, 전체적으로 완만한 S자모양.) 자세에서 그 세도(勢道)가 당당함을 볼 수 있다. 본래 그리스, 로마 조각의 제작이유는 최고의 인체미를 통한 신의 구현이었다. 그러나 이미지의 대상이 인간이었기 때문에, 헬레니즘 시대의 영향과 함께 인간적인 감정이 풍부해지면서 조각들의 표정과 표현도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익숙한 이 조각들은 하나의 석재로만 이루어졌을까? 그리고 원래부터 이 모습이었을까?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조각은 아래의 Cycladic islands, Paros, Carrare 등지의 석재로 만들어졌다. 지중해 연안의 이 세 곳은 가까운 지리적 요건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성분을 가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밀로의 비너스(La Vénus de Milo)도 Paros의 대리석으로 만들어 진 것을 알 수 있다.

(La Vénus de Milo, vers 130-100 av. J.-C., Marbre, Musée du Louvre)
우리가 생각하기에 하나의 큰 덩어리로만 여겼던 조각들도 사실은 부분마다 다른 성분의 돌을 섞어 조각하기도 했다. 로마시대 황제였던 Tibère의 흉상 역시 겉보기에는 그저 흰색으로만 보이지만 몸을 감싸고 있는 주름진 옷 부분은 Paros의 성분으로, 몸과 얼굴부분은 Carrare의 성분의 석재로 이루어져 있다.

Tibère (Copenhagen, Ny Carlsberg Glyptothek)
그렇다면, 이 조각들은 처음부터 이 모습이었을까? 20년동안 고대 조각상을 연구해온 Vinzenz Brinkmann과 Ulrike Koch-Brinkmann은 대리석에 무엇인가 묻어있는 것을 보고 엑스레이 형광기와 자외선 분석도구, 적외선 분광기 등의 기술을 통해 고대 조각들은 그저 대리석 덩어리가 아닌 여러 염료로 채색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보는 지금 조각의 모습은 돌 자체에는 색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대리석 위에 덧입혀 채색했던 것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색을 잃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각들이 만들어질 당시 노예나 평민들은 염색을 하지 않는 옷을 입었고, 귀족이나 왕족들만 원색 계열의 옷을 입고 다녔다는 연구가 있었었는데, 이 조각들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Brinkmann팀은 약 30여 점의 고대 조각상의 초기모습을 재현했고, 2004년에는 바티칸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다. 재현된 모습을 보니, 개인적으로 흰 대리석으로 놔두는 편이 더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와 로마 조각은 지중해의 연안의 비슷한 재료로 구성되었고, 지금 우리가 보는 그 흰색의 대리석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이 두 시대의 조각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다음 칼럼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참고 Alain Duplouy, Technique de la sculpture aux époques grecque et romaine: de la taille de bloc à sa mise en couleur, Ecole du Louvre, 18 Septembre 2017, 18h-19h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