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UN Seungjun
[국문] 히치콕 감독의 영화 "Rear window" 로 바라본 관음의 시대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히치콕 감독의 영화 "Rear window" 로 바라본 관음의 시대
윤승준 YUN Seungjun

나는 관음증쟁이다.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고, 훔쳐보기를 좋아하며 그들의 삶을 연구하길 원한다. 그것은 학문적 접근으로서, 연구할 만한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라, 단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개인적 취향일 수도 있고, 인간의 본능일 수도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관음증적 경향은 성기를 보고 싶어하는 구성 본능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했고, 또 호르몬 이상, 거세 불안, 충격적인 직간접적인 경험과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지만 그것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며, 이 부분에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어쨌든, 그것은 나에게 아주 흥미로운 것들이고, 여러 권의 책보다 더 넓고 깊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앞서 언급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구분하자면, 집착의 정도에 따라서 그것은 정신병의 일종이 될 수 도 있고, 본능으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순리와 금기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관음증이란 무엇인가.
한 동안 슬럼프에 빠져, 집에서만 지낸 적이 있다. 하루 중에 내가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낸 장소는 바로 창가였다. 정지화면 같은 방 안에서 바라본 창 밖의 세상은 적당히 시끄럽고 적당히 움직였다. 영화 '이 창' 속 주인공 제프처럼 다리를 다쳐서 집 밖을 나갈 수가 없게 된 것은 아니지만 연유가 어쨌든, 그의 일가와 나의 일가는 아주 많이 닮아 있었다. 지금 그의 유일한 일과는 창문 넘어 이웃들의 개인적인 삶을 훔쳐보는 일이지만 아마 다치기 전에 그는 포토그래퍼로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훔쳐보고 다녔을 것이다. 다리를 다친 이유도 그러한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나도 10년간 사진을 찍어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구멍을 통한 엿보기’(인용) 즉, 관음적 기계 장치인 카메라를 통해 기록하면서 나는 어떤 쾌락을 느꼈을까.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자면 다리를 다친 제프가 훔쳐보기 위해 이용한 길다란 망원경은 남근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프로이트가 말하는 관음증을 통한 오르가슴과 닮아 있다.
망원경을 통해 사람들의 개인적인 삶을 훔쳐보면서 제프는 쾌감을 느끼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히치콕은 '현실은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라고 했는데,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보여지는 것과 어떤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의 차이를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생각한다. 히치콕은 그렇게 제프의 엿보기적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삶’과 ‘있는 그대로의 삶’을 재조명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너편 아파트에는 몇몇 가구의 삶이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데, 한 집에서는 작곡가가 피아노를 두드리며 작곡을 하고 있고, 춤을 추는 여인,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늙은 여자, 신혼부부, 강아지를 키우는 노부부도 있다. 영화 중간중간 보여지는 건너편 이웃들의 사생활은 히치콕 감독이 얼마나 뛰어난 감독인가를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낮과 밤, 집 안과 집 밖의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생활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실 관음과 노출에 포커스를 맞춰진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생활의 경계선에 대한 질문에 더 가깝다. 범죄로부터의 시민을 보호한다는 명분과 편리한 정보 등의 이유로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실시간으로 관찰 통제되고 있다. 그것은 제프의 엿보기 닮아 있고, 그 덕분에 영화에서도
살인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제프의 엿보기는 단지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엿보기 였을까.
관음증의 범주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SNS 상에서 펼쳐지는 현상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서로가 서로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다녀갔던 흔적을 지우고, 또 누군가에게 나의 사생활을 보여주기 위한 노출작업도 한다. 그만큼 세상은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예전 방송매체에서 보여지는 삶을 연출했다면, 요즘 방송에서는 좀 더 관음증적인 ‘있는 그대로의 삶’을 연출한다. 예를 들면 TV 방송프로 ‘나 혼자 산다’, ‘진짜 사나이’, ‘정글의 법칙 등등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는 명칭 하에 일거수일투족 촬영되고, 시청자들은 TV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쾌락을 느낀다.
아프리카TV의 성공 역시 밑바탕에는 이런 관음의 욕구와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노출의 욕구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우리시대에 결핍은 무엇일까. 도대체 어떤 욕구의 불만으로 우리는 이렇게 관음과 노출의 시대를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참고자료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8824&cid=42617&categoryId=42617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55772&ref=y&cid=48639&categoryId=48639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26920&cid=51007&categoryId=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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