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inna KIM
[국문] René Magritte 전 리뷰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Zinna KIM 김진
영화 매트릭스에서 무한복제되는 무표정한 얼굴의 스미스요원,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패션잡지 보그가 함께 촬영한 가수 길의 화보,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한 장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기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들은 모두 1898년 벨기에에서 태어나 1967년 사망한 한 아티스트의 작품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대중예술의 한 장면, 패러디 또는 오마쥬한 형태들이다. 우리에게 이들의 이미지는 어디서 본 듯 이미 친숙하다. 그러나 여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감탄을 자아낸다.
그가 사망한지 50여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의 작품들은 현대의 대중예술에 끊임없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의 일반 대중에게서나 미술사 또는 미학을 연구하는 전공자들, 또는 같은 길을 가는 현대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또는 존경하는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사람 중 한 명, 바로 20세기초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이다.
그의 회고전이 지금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시작 시간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과 전시갤러리 안에서도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없었을 만큼 가득 찬 인파는 그를 향한 대중의 높은 인기를 확인시켜 주었다.

파리 퐁피두 센터 2016년 10월 7일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작가인 르네 마그리트의 이번 회고전 이름은 ‘이미지의 배반 La trahison des images’이다. 1979년 퐁피두센터에서 이루어진 그의 지난 회고전 이후 36년만이며 회화, 데생, 직접 쓴 메모, 편지 등의 오브제까지 총 206개의 작품이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전시되고 있다.
아쉽게도 마그리트라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그의 대표작 ‘골콩드 golconde(1953)’나 ‘인간의 아들 Le Fils de l'homme(1964)’ 등 몇 작품은 보이지 않았으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ipe’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그의 파이프 그림 작품이 2개가 있었고 – 같은 맥락의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omme’ 회화작품도 있었다 -, 살바도르 달리나 호안 미로와 구분되는 마그리트식 초현실주의라고도 불리는 그의 대표적 기법 ‘데페이즈망 dépaysement’이 적용된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1927년에서 1928년 사이 제작된 유화작품이 80여개에 이르러 이 시기의 작품을 중점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아들 Le Fils de l'homme (1964)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또는 그의 회고전으로 달려가기에 앞서, 초현실주의는 무엇이며 그의 대표적 기법인 데페이즈망 dépaysement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20세기초 1915년경부터 약 10여년간 유럽과 미국에서는 당대 전통주의 미학에 반항하여 반문명, 반합리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파괴, 냉소, 부정, 반정부주의를 주제로 하는 새로운 예술 형식인 다다이즘이 전개되고 있었다. 당시 일부 다다이스트들이 파리로 돌아와 ‘파리 다다’를 구성하였는데 이들의 예술전개방식은 기존의 전통적 미적가치를 부정하거나 조롱하는 다다이즘과 다소 다른 성격으로 전개되었다.
사람의 ‘무의식’이 강조된 세계 즉, 현실, 실제를 뛰어넘은 ‘초현실’의 세계를 표현하는 양상으로 흘러간 것이다. 이에 따라 그들의 예술은 ‘파리 다다’보다는 ‘초현실주의’로 불리게 되었고 대표적 아티스트로서는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앙드레 브르통 André Breton, 호안 미로 Joan Miró,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 등이 있다.
“[초현실주의] 남성명사. 순수한 심리적 자동기술 automatisme로서, 이를 통해 말로든 글로든, 그 외 어떤 방식으로든, 사유의 실제 작용을 표현하는 것. 이성에 의한 모든 통제가 부재하는, 미학적이고 도덕적인 모든 선입견에서 벗어난, 사유의 받아쓰기.”
초현실주의의 수장 격인 앙드레 브르통은 위와 같이 정의 내리고 의식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작가가 사유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초현실주의의 의의를 뒀다. 이들은 현실이 아닌 무의식적 ‘초현실’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 작가의 범주에 함께 묶이기는 하지만 각자가 우선으로 두고 추구했던 가치나 표현방식 등은 차이가 있어 작가마다 다른 고유의 개성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골콩드 golconde(1953)
르네 마그리트가 중점을 뒀던 데페이즈망 dépaysement은 프랑스어 단어에서 온 것으로 본래 있던 곳으로부터 옮기거나 추방하는 것, 또는 낯설음, 낯선 느낌을 뜻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본래 있던 것을 없애기도 하지만, 주로 없었던 것, 그 자리에 없어야 할 것을 가져다 놓거나 익숙한 사물의 크기를 확연히 변화시켜 예상치 못한 곳에 배치 또는, 이미지와 언어의 부조화를 대비시킴으로써 이성적 판단의 틀을 깨버리는 어색함을 전달해주는 경우가 많다.

관통된 시간 La Durée poignardée(1938)
벽난로 – 사실 자세히 보면 벽난로로 쓸 수 없는 장식일 뿐이다 – 의 벽에서 통과해 나오는 기차는 자연스러운 현실이 아니다. 마그리트는 이렇게 갑작스런 사물의 엉뚱한 배치를 좋아했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대다수의 작품들은 사실적인 풍경화 또는 정물화를 보는 것처럼 지극히 섬세하고 깔끔하게,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보는 이들은 순간 이것이 실제라고 착각을 하지만 곧 사물배치의 엉뚱함에서 사실이 아님을 깨닫고 실제와 허구의 세상 사이에서 혼동을 일으키게 된다. 작품의 이름은 ‘관통된 시간’이다. 벽난로 위의 시계는 12시 43분쯤을 가르키고 있다. 빛의 양으로 보아 밤 12시 43분이 아니라 낮 12시 43분이며 이때는 해의 위치가 가장 높고 사물의 그림자 길이가 가장 짧아야 할 시간이다. 벽을 뚫고 나오는 증기기차의 그림자는 벽난로가 보여주는 그림자의 방향과 각도가 다르며 낮 12시 43분의 그림자 길이가 아니다. 즉, 이 증기기차는 다른 시간에서 왔다. 마그리트는 단순히 사물의 위치를 옮겼을 뿐만 아니라 각각 다른 시간 속에 있는 사물을 조합하였음에도 마치 이것이 실제인 듯 자연스러운 정물화처럼 그려놓았다.

폭풍의 노래 Le chant de l’orage, 1937
어둑어둑한 바다로 보이는 배경에 폭풍우가 휘몰아 치고 있지만 구름은 비보다 아래에 있다. 어떤 것이 실제이며 합리적 순서인가를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이렇듯 데페이즈망은 자연스러운 사물 또는 시간의 배치를 비틀어 인식의 충격을 줌을 동시에 작가의 무의식, 상상의 세계와 관람객의 그것을 다시 배치시킨다.

우연한 일치의 불빛 La Lumière des coïncidences 1933

때마침의 포착 La belle captive 1950
위 두 작품은 마그리트의 유머를 보여준다. 이젤 위 캔버스에 그려진 석고작품의 빛의 방향이 때마침 옆에 놓여진 촛불에 의해 비춰진 것처럼 혼동을 일으키게 배치시켜놓고 두 불빛의 방향이 우연히 꼭 맞았다며 농담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캔버스 속 석고작품이 촛불을 켜기 훨씬 이전에 그려졌다면 그리고 우연히 실제나 또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옆에 나란히 놓이게 되었다면, 작가는 두 개의 다른 시간이지만 불빛의 방향이 정확이 일치하는 두 개를 한 곳에 가져다 놓은 초현실적 시간적 배치를 노린 것이 된다.
그 아래 작품 또한 해변가에서 이젤을 놓고 바다를 그렸는데 작가가 쳐다봤을 앞쪽 바다와 작가의 옆 또는 뒤에 있었을 모닥불이 캔버스에 동시에 그려져 있다. 제목을 ‘때마침의 포착’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작가는 마치 바다와 모닥불은 있었지만 캔버스는 없었는데 우연히 배치한 캔버스가 딱 맞더라는 식의 시간과 공간조립의 초현실적 세계를 구성해 놓은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 Le beau monde, 1962

성자의 기억들 Les mémoires d’un saint, 1960

백지위임장 Le Blanc Seing, 1965
위 세 작품은 지극히 사실적이지만 공간적인 판단으로 보면 이해가 어렵다. 부분적으로 있어야 할 것, 보여야 할 것이 가려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세계가 보이는데, 이 가려진 부분을 나는 ‘거울’ 또는 인간이 가진 시야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치로 보았다. 사람의 시야각으로 보자면 정면, 그리고 제한된 위, 아래와 양 옆이다. 뒤쪽은 볼 수 없다. 마그리트는 위 작품들 속에 거울이라는 교묘한 장치를 배치하여 정면을 보면서 동시에 뒤를 본다는 초현실적 의식을 표현한 듯 하다. 하지만 비치는 거울 속에 작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작가는 오롯한 관찰자이며 이 풍경은 초현실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배반 La Trahison des images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This is not a pipe), 1935

이미지의 배반 La Trahison des images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ipe), 1929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omme, 1964
마지막으로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미지와 언어 사이의 간극을 이야기 한 세 개의 작품을 더한다. 첫 번째 작품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의 프랑스어 문장이 아니라 영어 문장 This is not a pipe.라고 적힌 부분이 흥미로운 작품이고, 두 번째 작품은 가장 알려진 그 문장 그대로 Ceci n’est pas une pipe.라고 적혀있다. 세 번째 작품은 Ceci n’est pas une pomme. 즉,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인데 세 작품 모두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정말 실제처럼 똑같이 정성 들여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사과가 아니라고 하니 그럼 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 ‘실제가 아니라 이미지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모든 언어는 사물의 본질, 사람의 생각,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지며 실제의 본질과 완전히 동일한 언어는 있을 수 없다. 우리 뇌에 인식된 이성적 이미지와 텍스트간의 불가피한 간극,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실제라고 느끼며 보고 있는 이 상황이 본질의 실체와는 다를 수 있으며,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재조합이 ‘초현실’이 아니라 ‘현실’ 일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에 대한 다른 시선이 던져짐을 부정할 수가 없다. 마그리트는 우리를 또 다른 차원의 세상 ‘초현실’로 인도한다.


[전시장 풍경]
전시는 2017년 1월 23일까지이다.
파리 퐁피두 센터. 6층 2갤러리
Place Georges-Pompidou, 75004 Paris
11시부터 밤 9시까지(화요일 휴관, 수요일 밤 11시까지). 14유로
[참고 사이트]
http://www.evous.fr/Exposition-Magritte- 1190334.html
https://namu.wiki/w/%EC%B4%88%ED%98%84%EC%8B%A4%EC%A3%BC%EC%9D%98
[사진출처]
영화 매트릭스 이미지 :
https://namu.wiki/w/%EC%8A%A4%EB%AF%B8%EC%8A%A4%20%EC%9A%94%EC%9B%90
가수 길 :
http://artinsight.co.kr/n_news/peg/1507/thumb/001e6e832eb8f85df77a65e6a49f4df9_sFPF83nc83JF
Z6I.jpg
하울의 움직이는 성 :
https://t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2azr/image
/TWGPPYyxgInrhhDKnB6APF9h_ck
The Simpsons : https://s-media- cache-
ak0.pinimg.com/564x/b3/ac/0c/b3ac0caa75fe946fde88444b57317679.jpg
Le Fils de l'homme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en/e/e5/Magritte_TheSonOfMan.jpg
Gonconde : https://www.wikiart.org/en/rene-magritte/gonconda- 1953
나머지 사진들 : 모두 직접 찍음
#renémagritte #르네마그리트 #이미지의배반 #퐁피두미술관 #퐁피두현대미술관 #아트펙트 #아트펙트파리 #프로젝트그룹 #예술 #미술 #아트펙트프로젝트 #파리유학생 #프랑스유학생 #프로젝트그룹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