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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PAUL KLEE, Centre Pompidou 전시리뷰 (수정)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PAUL KLEE, Centre Pompidou 전시리뷰

김진 Zinna KIM

1879년 스위스 태생으로, 1940년 독일국적으로 사망하기까지 10,000여점에 이르는 작품을남기며 현대 추상회화의 시조로 불리는 독일 화가 파울 클레의 전시가 지난 4월 6일부터 파리퐁피두센터 2 진열실(Galerie 2)에서 열렸던 전시가 8월 1일자로 끝났다. 프랑스에서는 1969년국립현대미술관(le musée national d’art modern; 현재 퐁피두미술관)에서 그의 회고전이 마지막으로열린 이래 47년만이며, ‘작품 속 아이러니 – L'ironie à l'oeuvre’라는 제목으로 230여 작품이 연대기순으로 7개의 테마 아래 진열되었다. 그가 풍자적 작품활동을 시작한 1900년경부터 바우하우스교수시절을 거쳐 나치에 의해 독일에서 추방되고 스위스 베른에 망명하여 사망하기까지의 작품들을아울러 파울 클레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단한 흥미를 가질 수 있었던 전시가 아니었나 한다.

7개로 나누어진 이번 전시의 테마는, 그의 초기작품인 ‘풍자의 시작(Les débuts satiriques)’, 뮌헨에서 처음 접하고 파리여행을 통해 알게 된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시절의 ‘클레와 큐비즘(Klee et Cubisme)’, 다다와 초현실주의가 녹아 든 ‘역학의 무대(Théâtre mécanique)’, 바우하우스 교수로 재직하며 저서활동도 활발히 하였던 시기의 ‘클레와 구성주의(Klee et Constructivisme)’, 1930년대의 작품들인 ‘물러난 시선(Regards en arrière)’, 1932년 뮌헨에서 피카소의 회고전을 보고 그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인 ‘클레와 피카소(Klee et Picasso)’,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일 나치와 전쟁, 질병으로 괴로웠던 그의 말년 작품들인 ‘위기의 날들(Années de crise)’로 구성되었고,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그의 주요작품들이 대다수 걸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다만 전시 동선의 구성이 산만하여 순조롭지 못했고 테마로 잘 나누어진 구성이라기보다는 시대순으로 묶은 느낌인데 이마저도 깔끔하지 못했던 느낌이 아쉽다.

니센 산 Der Niesen, 1915 ; réalisée sur un luxueux papier vélin épais d'Ingres, 50 x 70 cm.

새의 섬 Insula dulcamara, 1938 ; huile et couleur à la colle sur papier sur toile de jute, 88 x 176 cm

그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듯 단순하며, 순수한 환상과 상상의 세계가 아름다운 색채를 통해 펼쳐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는 보고 겪었던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과 당시의 상황은 무언가 직접 연결되지 못하는 묘한 아이러니적 대비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기말의 도덕적, 사회적 혼란을 보았고 1차 세계대전에 직접 참전하여 인간사회의 잔혹성을 보았으며, 나치로부터 정신병자가 그린 ‘퇴폐미술’로 낙인 찍히고 그림을 압수당하는 등의 모욕을 겪고 독일에서 추방되어 스위스로 돌아가게 되었던 그는, 삶을 마감할 때까지도 그는 일생 동안 그가 매진했던 주제, 즉 신비롭고 다채로운 색채의 구성, 음악적 리듬, 단순한 조형에 집중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아동미술을 보는 듯한 순수함의 세계로 이끈다.

이에 퐁피두는 독일 낭만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슐레겔(F. Schlegel)이 정의한 ‘낭만적 아이러니 L'ironie romantique’ – 현실과 이상간의 모순에서 출발하여 자기창조와 자기파괴의 끊임없는 반복을 전개하는 모든 예술작품에 근원적으로 존재한다는 이율배반적 상황 – 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품 속 아이러니’로 이름 붙였는데, 그의 작품이 한편 외면하는 듯 숨기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대비시켜 교묘한 반어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풍자적 상호작용을 가진 것과 일맥상통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앙겔루스 노부스 Angelus Novus, 1920, Huile et aquarelle sur papier 31.8 x 24.2 cm

이번 전시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작품은 현재 예루살렘 이스라엘 미술관(Musée d'Israël) 소유인 그의 1920년 작 '앙겔루스 노부스: 새로운 천사'인데, 검은 벽의 특별부스에 따로 전시되어 있다. 그의 작품 대다수가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31.8 * 24.2cm의 크지 않은 사이즈이며 유대계 독일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오랫동안 소장하고 ‘역사의 천사’라 부르면서 그의 철학적 사유를 위한 알레고리로 사용되어 특히 유명해진 작품이다.

클레와 벤야민, 그리고 '앙겔루스 노부스'는 공교로운 아이러니적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클레는 이 작품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곤 인간사회의 잔혹성을 목격한 후 1920년에 완성하였고 바로 다음해 당시 부유한 독일계 유대인 젊은 철학자였던 벤야민이 뮌헨에서 이 그림을 보자마자 반하여 즉시 거금을 주고 구매하였다. 클레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 천사를 그려 치유하려 했으며 벤야민은 ‘새로운 천사’라 이름 짓고 오랜 세월 이 작품을 바라보며 ‘역사를 바라보는 개념’에 대한 그의 철학적 이데올로기를 완성하였다. 그 후 클레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망명하여 1940년 사망하였고 벤야민 역시 유대인, 좌익, 지식인에 대한 탄압이 슬로건이었던 나치를 피해 1940년 파리로, 그리고 이어 스페인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탈출하려다 스페인에서 입국을 거부당하자 다량의 아편을 복용하여 이른 나이에 자살하였다. 이러한 비극 속에 ‘새로운 천사’가 있었다. 벤야민은 이 천사를 ‘천국으로부터 폭풍이 불어오고 있고, 그 폭풍은 그의 날개를 꼼짝달싹 못하게 할 정도로 세차게 불어오기 때문에 그의 날개를 더 이상 접을 수도 없는 존재’로 표현하였지만 그 천국에서의 폭풍은 그를 구하지 못했고, 그가 사망한 후에도 우리는 그 천사와 함께 ‘홀로코스트’를 경험하였다. 벤야민의 유언으로 이 작품은 현재 이스라엘 미술관 소유인데 퐁피두 파울 클레 회고전에 초청되어 온 것이다.

클레의 작품은 시대적 상황, 그의 철학적 태도를 배제하였을 때,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태도, 환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색채의 강렬함, 시적이면서 음악적이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이미지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작품 속에 숨어있는 모순적 상황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깊은 아이러니 속으로 빠지고 만다. “예술은 보이는 것을 고스란히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무언가를 보게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되새기며 그의 작품들을 다른 시각으로 감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전시였다.

동굴속 꽃들 Fleurs des cavernes, 1926, aquarelle et détrempe sur papier sur carton. 36,4 x 53,7 cm

참고자료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09246

https://ko-kr.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69514703059631&id=368837686460666&substory_index=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50&contents_id=7871&category_type=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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