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fact projectgroup
[국문] 앤디 워홀은 누구인가- 토마스 크로의 분석을 중심으로
최종 수정일: 2020년 4월 7일
앤디 워홀은 누구인가- 토마스 크로의 분석을 중심으로
정예하 Yeha Chung

"나는 차라리 기계가 되고 싶다."
"미래에는 누구든지 15분 동안의 유명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와 같은 말들로 주목받으며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이러한 말들은 현대의 대중 문화와 상업적 요소들을 가감없이 차용하는 그의 작품들과 함께 워홀이 철저히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아티스트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의 초기작들에 담긴 형식과 주제들, 작품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할 경우, 그러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그를 발견하게 된다.
미술의 예술 역사가 토마스 크로(Thomas Crow)는 자신의 글 <토요일의 재앙(Saturday Disasters (1987))>에서 워홀의 기존에 알려진 모습 외에 그의 초기작에서 드러나는 다른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워홀 스스로 창조한 '상업적 아티스트' 이미지로서의 워홀이 아닌 그의 작품 속에 담긴 감정, 테크닉과 주제들의 집합체로서의 그를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워홀의 초기 초상화 작품에 주목할 수 있다. 워홀은 동구와 서구의 이념 갈등의 시기에 활동한 작가 중 하나지만, 그가 결코 자신의 작품 속 이미지들을 서구 소비사회의 풍요로움을 과시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려 한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을 그러한 정치적 의도와 결부시켜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크로에 따르면 오히려 워홀은 현대 사회의 결핍되고 비정상적인 부분들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Gold Marilyn Monroe, Andy Warhol, 1962
예를 들어,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마릴린 먼로의 초상 시리즈를 보자. 그는 1962년 마릴린 먼로의 자살 이후 그녀의 초상 연작을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크로에 따르면 여기에는 분명한 죽음을 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Gold Marilyn Monroe(1962)>의 금색 배경은 명백히 그녀를 하나의 이콘(icon, 성상)으로 승격시키는 방식으로, 결국 작품 전체는 하나의 장례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워홀은 단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대중은 '유명인의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가?
크로의 분석에 따르면, 워홀은 그의 작품을 통해 소비사회에 내재된 결핍성을 극화시켜 묘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같은 해 제작한 <Marilyn Diptych(1962)>은 형식적 대비를 통해 삶과 죽음, 실재와 부재의 주제를 상기시킨다.

Marilyn Diptych, Andy Warhol, 1962
작품 속 왼편의 먼로는 <Gold Marilyn Monroe(1962)> 에서처럼 하나의 성상의 모습으로 존재하며 밝은 색채는 그녀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반면, 오른편의 먼로는 시선의 이동에 따라 점차 흐릿해지는 모습으로 그녀의 부재와 죽음을 암시한다.
한편, 지나치게 화려한 색채 때문에 오히려 과장된 느낌을 주는 왼편의 먼로와 달리 오른편의 흑백 먼로는 그녀가 유명세를 얻었던 흑백 영화들 속 모습을 연상시켜 대중에게 그녀에 대한 기억을 뚜렷하게 상기시킨다. 역설적이게도, 먼로는 그녀의 이미지가 가장 부재하는 공간 (그녀의 죽음을 암시하는 오른편)에서 가장 현존 (대중의 기억 속에서)하게 되는 것이다.

Liz, Andy Warhol, 1965 (좌)
Nine Jackies, Andy Warhol, 1964 (우)
유명 인사들의 죽음과 그들이 죽음 뒤에도 대중의 기억 속에 하나의 흔적과 기호로서 잔존하는 방식에 대한 워홀의 관심은 계속 이어져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자클린 케네디의 초상 작품에도 반영된다.
이러한 유명인의 초상 외에 지극히 일상적인 현대사회의 생산품을 다룬 워홀의 다른 작품들도 그 주제에 있어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Tunafish Disaster, Andy Warhol, 1963 (Saatchi Gallery)
예를 들어 <Tunafish Disaster(1963)> 의 경우 미국에서 여러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특정 회사의 오염된 참치캔과 희생자들의 얼굴 사진, 사고에 관한 신문 기사들이 같이 제시되어 있다.
크로에 따르면, 워홀은 이러한 작품을 통해 현대 미국 소비사회를 대변하던 '안전하고 풍요로운 제조식품'에 대한 약속과 환상이 붕괴되는 상황을 기념하려 한다. 참치캔, 희생자들의 사진, 신문 기사 등 날것 그대로의 이미지들의 병치와 반복은 감상자들로 하여금 이러한 사건의 '평범성'에 주목하게 한다. 동시에 현대 사회의 매스 미디어란 그러한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불운을 주된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잔인한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이로써 브릴로 박스와 캠벨 스프 등 일상적인 소비재의 이미지를 복제, 재생산하면서 현대사회의 상업성에 그대로 순응하는 듯한 작품들이 결과적으로는 ' 소비' 이상의 주제의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Five Deaths on Orange (orange disaster),1963 (좌)
Five Deaths Eleven Times in Orange (우)
이러한 특징은 자동차 사고를 다룬 <Five Deaths on Orange (orange disaster),1963> 에서도 드러난다. 감상자들은 이러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에 내재된 '결핍성' 즉,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비극을 접하지만 결코 희생자만큼의 고통과 슬픔을 느낄 수 없는 감정의 결핍을 직시하게 된다. 열한 번 반복되는 사진은 결국엔 그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그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한다.
'재난(Disaster)'이란 주제로 연결되는 이러한 작품들은 모두 미디어에 의해 복제, 재생산되는 사건 사고들로 인해 타인의 죽음과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마비되어 가는 현대 대중들의 감정에 문제를 제기한다.
크로는 워홀의 초기작들에서 보이는 이러한 주제의식에 대한 분석을 제시함으로써 1965년 이전의 작품들을 이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혹자는 이러한 방식을 지나치게 정치적인 해석으로 평하기도 한다. 이미지만이 존재하는 워홀의 작품에서 과도한 비판의식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크로 역시도 이후 작품들에서는 초기와 같은 해석을 적용하기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한다. 미국의 노동자 계급 가정 출신이었던 그가 유명세를 얻으면서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작가에 주목하는 것은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그것만이 한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이 될 수는 없고 다른 접근보다 낫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의 기계적 대량생산과도 같은 제작 방식과 이미지만이 반복적으로 존재하는 작품들을 통해 자칫 현대사회의 상업성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는 것으로만 해석될 수 있는 워홀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크로의 해석은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그의 해석을 좇다보면 워홀이 어떻게 그렇게 유명한 팝 아티스트로 남을 수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앤디 워홀은 초기에 그 누구보다 빠르고 날카롭게 대중문화의 속성을 간파했기에 이후 하나의 스타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유명해지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작품 정보
WARHOL Andy (1928-1987)
- Gold Marilyn Monroe, Andy Warhol, 1962
-Marilyn Diptych, Andy Warhol, 1962
-Tunafish Disaster, Andy Warhol, 1963 (Saatchi Gallery)
-Liz, Andy Warhol, 1965
-Nine Jackies, Andy Warhol, 1964
-Five Deaths on Orange (orange disaster),1963
-Five Deaths Eleven Times in Orange,1963
참고 서적
CROW Thomas, Saturday Disasters: Trace and Reference in Early Warhol, 1987
이미지 출처
http://www.thecultureconcept.com/andy-warhol-pop-art-prince-inspired-dynamic-new-directions
http://www.moma.org/learn/moma_learning/andy-warhol-gold-marilyn-monroe-1962
https://www.khanacademy.org/humanities/art-1010/pop/a/warhol-marilyn-diptych
http://www.saatchigallery.com/artists/artpages/andy_warhol_17.htm
http://www.artnet.com/magazineus/features/saltz/andy-warhols-portraits-of-liz3-24-11.asp
http://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92371
http://www.paintings-directory.com/buy-posters.php?zoom=3245881
http://www.wikiart.org/en/andy-warhol/five-deaths-eleven-times-in-orange
#앤디워홀 #andywarhol #토마스크로 #thomascrow #GoldMarilynMonroe #MarilynDiptTunafishDisasterych #Liz #NineJackies #FiveDeathsonOrange #FiveDeathsElevenTimesinOrange #골드마릴린 #마릴린딥디크 #참치캔재난 #리즈 #아홉번재키 #오렌지재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