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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Artfact projectgroup

미지의 세계를 익숙하게 만들다

최종 수정일: 2021년 9월 9일



w. 송송이



‘미지의 세계를 익숙하게 만들다’ 이응노의 작품 세계관을 나타내는 프랑스 비평가 마엘 벨렉의 표현이다.


이응노 화백은 2차대전 이후 유럽 미술을 주도했던 앵포르맬 미술과 서정추상미술을 이끌어가던 가장 전위적인 파리의 파게티 화랑에서 작품을 이어갔다. 붓과 물감 대신 손을 사용해 잡지를 찢어 붙여 만든 콜라주 작품을 선보였고, 당시 프랑스 화단과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통해 동양적 추상으로 높게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응노화백은 1960년대 중반부터 문자를 활용한 추상 작업에 몰두해 ‘문자 추상’이라는 새로운 작품을 발표한다. 음과 뜻을 획과 점이라는 조형적 형태로 표현한 한자에서 또 다른 동양적 추상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초기 문자 추상 단계에선 주로 평면 위 상형문자와 같이 변경된 서체와 한지 위에 번진 수묵의 우연적인 효과가 어우러진 서예 기법을 현대추상으로 재해석했다면, 후기 문자 추상 단계에선 문자 자체의 기하학적인 형상들을 해체, 변형해 재구성했다. 1970년대 그는 한글과 한자가 가진 추상적인 패턴에 주목하고 이것을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무수한 그의 작품 세계관을 나타냈다.


이응노 화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랍어 등 보다 다양한 언어를 가지고 이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 1977년 9월 9일 프랑스 부동산 신문지에 먹으로 아랍어의 형태를 가진 추상을 나타냄으로써 이미 동・서양 융합에 도달하고자 했다.



©대전 이응노미술관 소장, 직접 촬영



군상은 1979년부터 작고하기 전까지 이응노화백이 집중적으로 다루었던 소재였다. 처음에는 군무의 형태로 소규모 인원을 표현하면서 시작했지만, 1980년대 들어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의 군중들을 빽빽하게 표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에 따르면 ‘마치 커다란 파도와 같은 군중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처럼 보인다. 한사람 한사람의 동작이 모두 다른 형국을 하고 있으며, 움직임의 방향도 제각각이어서, 화면 전체가 웅성이며 술렁이는 듯 보인다’고 묘사했다.


혹자는 이응노 화백이 군상에 몰두하게 된 동기가 파리에서 접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촉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군상의 모습은 보는 이에 따라 환희의 몸짓으로 보이기도 하고 분노의 몸짓으로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화면이 특정한 사건과 관련된 뚜렷한 목적의식을 표현한다기보다 생동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담아 형상화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응노화백의 작품 속엔 언제나 인간이 그 중심에 있다. 그가 프랑스에 오기 전, 그의 초기 작품인 풍경화 속에 남아 있는 사람의 모습과 60년대 추상화 속에 나타나는 반 추상화된 인간의 형태, 70년대 문자 추상 속 기호화된 형태로 등장하는 사람의 형태 등 인간에 대한 애정은 늘 그의 작품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초기 군상 작품은 기하학적으로 단순해지거나 혹은 장식화 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이른바 군상시리즈로 불리는 후기의 군상작품에서는 마치 붓으로 서체를 쓰듯 인간 형상을 무수히 나열한 전면 구도의 작품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 번의 붓놀림이 곧 한 사람이 되는 붓의 움직임이 무한히 반복되어 나타난다. 한지 위에 그려진 사람들은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대전 이응노미술관 소장, 직접 촬영



서양에서 도입한 매체인 유화로 동양적 정서를 담은 김환기의 단색화와는 달리, 그는 파리 예술계에서의 요구와 관행을 적절히 지키며 한국의 추상적 미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자 했다. 당시 동양화라는 관람객에게 완전히 낯선 작품의 이야기는 서양 예술의 이론과 미학을 접목시켜 그의 참신한 해석을 통해 파리에 안착하게 되었다. 1955년 발간된 ‘동양화의 감상과 기법’이라는 그의 책 서문에는 고암 이응노의 포부가 담겨있다. 그는 동양화의 정신을 가지고 서양 현대화 세계에 도전했다.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은 이응노작가를 이렇게 말한다. « 20세기 라는 시대, 서양의 물결이 들어오고 식민지 시대를 거쳐 다시 우리의 모습을 찾아 현대로 가는 과정 속에서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내고 또 낙오되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을 잘 수행했는가 ?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20세기를 가장 한국인 답게 산 작가는 서양화에서는 김환기, 동양화에서는 이응노 입니다. »


그는 처음과 끝까지 예술을 사랑하는 화가였다.




 


참고문헌


-KBS 다큐멘터리 « 화가, 이응노 »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hyung9624&logNo=221253494085


-대전이응노미술관 소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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