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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 바그(Nouvelle Vague), 그 새로운 파도 1부 : ‘누벨 바그’의 탄생




누벨 바그(Nouvelle Vague), 그 새로운 파도 1부 :

‘누벨 바그’의 탄생

w. 이제현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발명한 ‘시네마토그라프(Cinématographe)’로부터 탄생한 영화예술은 단기간에 전 세계적인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는다. 이 과정, 즉 영화예술의 태동부터 오늘날 우리가 영화를 감상하는 행위가 일상이 되기까지 프랑스라는 국가와 프랑스 영화인들의 기여는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영화산업은 미국의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한 작품의 대중성과 우수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할리우드의 시각에 맞춰져있다. 그런데, 동시대 영화예술을 대표하는 할리우드를 논함에 있어서도 20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중요한 영화적 시도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1] 오귀스트 뤼미에르(좌), 루이 뤼미에르(우) 형제


[2]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라프(Cinématographe)


지난해 5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고, 올해 2월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쥐며 오랜 시간 동안 패권을 지녀왔던 서구 영화계의 시선이 더욱더 다양한 지역,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향하고 있는 지금, 이번 칼럼 시리즈를 통하여 전 세계 영화사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누벨 바그’ 시대로 되돌아가보고자 한다.

1900년대 초,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하여 이성과 합리주의 철학 그리고 기존의 사회 체제에 대하여 실망한 예술가들은 통념적인 예술을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 개념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적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영화인들 또한 새로운 시대적 분위기에 맞추어 작품에 진보적인 예술 정신을 담아내기 시작하고 1930-40년대부터는 ‘시적 리얼리즘’이 반영된 작품들,즉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특히 이와 같은 주제의 대상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대중들이 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프랑스에서는 앙리 랑글루아(Henri Langlois)가 1936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Cinémathèque française)’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영화를 수집, 보존, 보급함은물론, 50석 규모의 극장을 열어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들을 상영하기 시작한다.


[3] 파리 12구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Cinémathèque française)


동시대 미술사에서 기존 예술에 대한 혁명적 대안으로서 등장한 모더니즘 예술이 작가의 역할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영화사에서는 누벨 바그 시대가 도래하기 직전인 1954년,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가 프랑스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에서 ‘작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에서의 작가, 즉 당대에는 시나리오 집필부터 도맡던 영화감독이 가지는 중요성을 피력한다.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이라는 제목의 이 글을 통하여 그는, 촬영 대본보다는 문학 작품의 의미를, 오리지널 시나리오보다는 각색을, 현장 로케보다는 스튜디오-세트제작을, 그리고 한 사람의 작가-감독보다는 전문가들의 팀을 선호하는 당대의 경향을 맹렬히 공격한다.

프랑스 영화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예술에 영향을 끼친 작가주의는 감독을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주도적인 존재로 확립시킨다. 본격적으로 감독의성향과 개성이 존중받기 시작함에 따라 실험적이고 대중적 호소력이 뛰어난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작가주의 외에도 누벨 바그라는 새로운움직임을 이끌어낸 요인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Neo-realism)’ 운동과 ’실존주의 철학‘이다.

194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네오 리얼리즘 운동은 세트를 거부하고 직접 거리로 나가 촬영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직업 배우와 비직업 배우를 고루 기용하는 등 기존 영화계를 지배하고 있던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키는 제작 방식을 취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누벨 바그 시기에 이르러 보편적인 방식으로 확립된다. 또한 프랑스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실존주의 철학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현실적인 언급을 기피한 채 10여 년 간 사회와 거리를 두었던 예술가들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혼란한 세태와 기존의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재차 되새기는 정신적 바탕으로 작용한다. 그리하여, 실존주의적 인간관에 따라 서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였던 누벨 바그의 기치 또한 이때 세워지게 된다.

시기적으로 정의된 영화사에서 새로운 파도, 누벨 바그 운동은 1958년부터 전개되는데, 1959년 개봉한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의 ‘400번의 구타(Les Quatre Cents Coups)’는 누벨 바그 영화들의 성격과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작품의 테마를 암시하는 우울한 파리의 거리를 훑고 지나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감독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앙투안을 통하여 서구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과 답답한 심리상태를 대변하는데, 열 네 살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면들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교실, 집, 교도소 세 공간을 오가는 내러티브의 구성 속에서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위선과 권위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촬영 기법에 있어 등장인물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찍는 연출은 현대 작품들에서도 여전히 통용되는 기법으로 작품 속 인물이 관객에게 고백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4]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포스터


[5] ‘400번의 구타’에서 주인공 앙투안을 정면에서 촬영한 장면


이처럼 주제와 연출의 측면에서 누벨 바그 영화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는지에 대하여 다음 화에서 또 다른 작품들과 살펴보고자 한다.

 


[1] http://www.institut-lumiere.org/musee/les-freres-lumiere-et-leurs-inventions/breve-histoire.html

[2] 2017년 6월 13일부터 2018년 2월 25일까지 리옹의 콩플뤼엉스 박물관(Musée des Confluences)에 열린 ‘Lumière ! Le cinéma inventé’전의 일부, 직접 촬영

[3] https://www.timeout.fr/paris/actualites/amis-cinephiles-decouvrez-gratis-plus-de-1-000-archives-de-la-cinematheque-francaise-031820

[4] https://encrypted-tbn1.gstatic.com/images?q=tbn:ANd9GcT4iFSsK-2hyvOFAcyN9hBWEiBu-QtU8MhEDFZCAWC1kUmKcfir

[5] https://www.youtube.com/watch?v=Yz_SqcM9y8w

 


참고문헌 및 참고자료

김호영, 프랑스 영화의 이해, 연극과 인간, 2003.

뱅상 피넬 외 4인, 프랑스 영화, 김호영 옮김, 창해, 2000.

장 피에르 장콜라, 프랑스 영화사, 김혜련 옮김, 동문선, 2003.

김남연, 윤학로,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통: 프랑스의 누벨바그, 프랑스문화예술연구, 2007.

프랑수아 트뤼포, 400번의 구타, 1959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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